지난해 굴착기를 몰고 대검찰청 정문을 돌진한 정석만 씨(47)는 누구보다 소심한 남자로 알려졌다. ‘진격의 굴착기’ 이후 4개월 만인 지난 3월 말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석만 씨. 그의 동생 정석중 씨(44)가 지난 일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1월 1일 아침에 일하고 있는데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어요. ‘굴착기 차량번호를 조회해보니 정석만 씨로 추정된다. 본인 형이 맞냐?’고 묻더라고요. 다음 날 경찰서에 가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죠. 기사에서 본 정모 씨가 바로 형님이었어요.”
검찰에 출석하는 최순실을 향해 개똥을 던진 박성수 씨처럼 지난해 입국한 최순실이 31시간 동안이나 검찰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화가 난 정석만 씨는 11월 1일 새벽 자신의 5톤 트럭에 굴착기를 실은 뒤 서울로 향했다.
굴착기를 몰고 대검찰청으로 돌진했다가 경찰이 쏜 테이저건을 맞고 긴급체포된 석만 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동생 석중 씨는 “입국한 최순실을 왜 빨리 조사하지 않는 지 불만이 컸던 형이 굴착기를 몰고 돌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무료 변론을 맡은 이덕춘 변호사의 도움으로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지만, 배심원 중 4명은 징역형, 2명은 집행유예 의견을 내 석만 씨는 결국 징역 2년과 변제금 1억5000만 원을 선고받았고 현재는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동생 석중 씨는 “형이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굴착기가 흉기로 사용됐다’는 검사님의 견해와는 달리 형에게 굴착기는 오로지 생계수단이었다. 정상 참작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지만, 배심원들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임실에서 3남 3녀 중 다섯 번째로 태어난 석만 씨는 순창농고 재학중인 18살 때 아버지를 지병으로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청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고교 졸업 후에는 막노동을 시작으로 굴착기 작업을 배우며 생계를 유지했는데 3년 전 어머니마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석중 씨는 “일감을 찾아 전국을 돌며 작업을 하는 형은 여건이 좋지 않아 아직 결혼도 못하고 있다”며 “가족 중에서도 특히 소심했던 형은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했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상은 변제금 1억5000만 원을 물어야 하는 석만 씨에게 희망의 손길을 건네기도 했다.
석만 씨 사건을 접한 생면부지의 서울대 대학원생 윤민경 씨(30)와 임실군 주민들이 온·오프라인 모금을 통해 총 1500만 원을 석중 씨에게 전달했다.
석중 씨는 “모금된 돈은 모두 변제공탁금으로 처리한 상태”라면서 “추운 겨울 촛불집회에 나와 형을 도와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형을 말리다 다친 대검찰청 경비 직원에게도 진심 어린 사과를 대신 전해드린다”며 “형은 세상에 맺힌 한(恨)을 푸는 순수한 마음이었고, 이번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이성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