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제, 세계인의 축제로 만들자

▲ 박노완 駐호치민 총영사
사랑의 고장 춘향골 남원에서 한바탕 사랑의 굿판이 열리고 있다. 실로 오랜만에 방문한 고향의 향기와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무대다. 어깨가 저절로 으쓱 해 진다. 새벽이 다가오는 시간인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는 7일까지 펼쳐지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

 

제87회 춘향제. 우리나라 최고의 전통축제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고 말한다. 내가 외국에서 꿋꿋이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랑하는 가족과 고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우리고장을 대표하는 춘향제가 있었다.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어릴 적 어머니·아버지 손을 잡고 구경 간 춘향제를 떠올리면서 힘을 얻었다.

 

춘향제는 일제의 압박에 맞서 치열하게 대항하면서 지켜왔다. 춘향제는 바로 민초들의 삶이다. 그래서 춘향제는 남원시민의 내재된 힘의 발현이다. 춘향은 오랜 세월동안 남원사람들의 가슴속 깊이 자리하면서 영원한 누이가 되었다. 전통과 현대와의 완벽한 조화, 한국 전통예술과 국제민속음악과의 교류, 전통음악의 현대적 해석과 타 장르의 콜라보, 예술성과 대중성은 전국 최고 전통축제 춘향제의 위상이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듯이, 지역정서와 생활감정을 근간으로 하는 문화만이 생명력을 지니며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춘향제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문화적 정체성과 지역 전통문화의 독창성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발전해온 춘향제는 가히 세계적 축제와 겨뤄도 손색이 없다. 춘향과 춘향제를 보는 세계인들의 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특별하다. 신분의 구별이 뚜렷하던 시절, 신분을 초월한 숭고한 사랑을 이룬 춘향과 몽룡에 빠져들고 있다. 이제 춘향제는 남원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축제이자, 세계인의 축제로 발돋움해야 한다.

 

춘향제의 또 다른 이름은 감동의 무대다. 프로그램마다 감동과 열정이 가득하다. 특히 완월정 특설무대에서 열린 개막공연은 남원이 한류의 중심지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단언컨대 K-POP의 뿌리는 남원이다. 남원은 사랑과 평화를 실현하는 희망과 기회의 땅이다.

 

남원시립국악단과 챔버오케스트라로 구성된 배합악단의 연주, 전통국악인의 협연무대는 전통과 현대, 국악과 세계음악을 하나로 묶는 용광로였다. 춘향제에서만 볼 수 있는 무대였다.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세계인이 하나 되는 축제, 춘향제는 아름다웠다.

 

광한루원내 완월정 특설무대에서 공연된 우즈베키스탄 민족악단, 베트남민속무용단 특별공연, 널마루 무용단의 춤추는 춘향, 전북발레시어터의 춤 사랑, 국악관현악, 무형문화재 초청 농악한마당, 명인명창 대향연 등 다양한 장르는 춘향제의 발전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밤 11시부터 펼쳐지는 광한루의 밤풍경 심야 콘서트는 춘향제의 향기를 음미할 수 있었다. 국악실내악단 ‘슬기둥’, 가요계의 은유시인 ‘유리상자’의 공연 편성은 엉뚱하지만 기발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늦은 밤에 펼쳐지는 이 공연은 광한루의 아름다운 실경무대와 어우러져 축제의 밤을 더욱 감미롭게 수놓았다.

 

대표적 공연예술제 전통예술분야 1위에 빛나는 춘향제에서 특별하고 수준 높은 공연과 함께 화사한 봄날의 연휴를 맘껏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