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선거의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호남 민심’이다. 특히 호남의 선택은 수도권 출향 유권자들의 표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번 대권 가도에 결정적인 방향타로 작용해 왔다.
호남 민심은 그간 특정 정당과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해 4·13 총선에서 ‘한 지붕 두 가족’이 되면서 호남 민심도 둘로 갈렸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지난 3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면서 광주·전남 판세는 그야말로 ‘깜깜이’다. 3일 이전까지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막판 추격세도 만만치 않아 물밑에서는 대혼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젊은층들은 문 후보의 지지세가 강한 반면 60대 이상의 노년층과 보수층은 안 후보에게 결집하는 모습이다.
‘장미대선’을 불러온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따라 ‘적폐청산’을 외치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은 문 후보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20~30대 사이에서 더욱 뚜렷했다. 공개적으로 지지후보 밝히기를 꺼리는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들은 자신의 정치성향을 거리낌없이 표출했다.
지난 5일 담양군 담양읍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박영우(38)씨는 “무엇보다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고 문 후보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씨는 문 후보가 국정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는 점도 선택에 요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선 보수에서 진보 후보로 노선을 갈아타려는 이들도 있었다. 같은 날 광주시 동구 충장로 광주우체국 앞길에서 만난 인테리어업자 정승현(40)씨는 “최근 TV토론회를 본 뒤 문 후보 쪽으로 마음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도·보수 성향 지지층의 선택은 이번 대선 막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선일이 가까워질수록 장년과 노년층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표심 결집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아직도 광주·전남지역 일부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반문 정서’와 최근 북핵위기가 불러온 안보 불안감 등이 이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관측이다.
7일 광주공원 앞길에서 만난 김정수(69·가명)씨는 “안 후보가 더 정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아직도 주변 친구들 사이에선 문 후보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 (호남에) 해준 게 뭐가 있느냐는 얘기인데, 안보에 대한 인식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약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담양에서 채소 농사를 짓는 이정석(71·가명)씨는 “노인당 회원 중 절반이 안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라면서 “문 후보가 당선되면 개성공단에 투자하겠다고 한 것 같은데, 시골 청년들도 먹고 살기 힘들어 다들 고향을 등지고 있다. 이북청년들 먼저 돕겠다는 것이냐”라고 반감을 들어냈다.
당선될 사람에게 표를 밀어주는 전략투표보다는 원래 지지하던 후보를 찍겠다는 소신투표 움직임도 보인다.
주부 박희연(여·40)씨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며 “안보와 경제에 해박하고 다른 후보들과 달리 거짓말을 하지 않는 점이 좋다”고 설명했다.
회사원 채윤미(여·39)씨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 청장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 어려운 나라살림을 잘 꾸려갈 것 같다”고 밝혔다.
광주일보=이종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