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전] 이집트 민중의 목소리를 듣다

▲ 케말 유시프 ‘귀족’, 1940년대.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은 시대와 역사의 반영이다.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전(展)’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지난달 28일부터 7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의 세계 2차대전 전후 이집트와 국제 초현실주의 단체에서 활약했던 예술가들의 작품 166점을 볼 수 있는 기획전이다. 당시 20세기 반(反)파시즘, 탈(脫)식민주의 운동의 흐름 안에서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의 발자취이다. 이번 전시는 근대 모더니즘 예술을 서구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다각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이집트의 시인 조르주 헤네인은 프랑스 유학중 1924년 ‘초현실주의 선언’을 한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앙드레 브르통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초현실주의는 꿈과 현실, 이성과 광기 등을 구별하지 않았고, 프로이트의 이론을 바탕으로 무의식의 세계를 상상력의 원천으로 삼는다. 그 후 이집트로 돌아온 헤네인은 이집트 초현실주의의 선구자로서 조국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초현실주의 운동을 펼치고자 했다.

 

1938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31명의 예술인과 비평가들이 발표한 ‘퇴폐 미술이여 영원하라!’는 성명서는 초현실주의의 신호탄이 되었다. 유럽 파시즘의 발흥(勃興)과 나치의 현대미술에 대한 검열에 반대하며, 표현의 자유와 인간의 감정을 억압하려는 권위에 대한 저항 그 자체였다.

 

1946년 설립된 ‘현대미술그룹’은 창조는 예술과 지성의 긴밀한 관계가 필요하며 이집트를 현대 국가로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부했다. 그들은 서구식 권위적 예술교육에서 벗어나 평범한 서민들의 일상을 탐구했다. 특히 가난과 억압의 대상이었던 이집트 여인들의 고통받는 모습을 많이 그렸다. 또한 물고기, 고양이, 새, 수탉, 농부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당시 이집트 사회의 빈곤과 억압에 저항했다.

 

그 후 이집트 초현실주의는 스타일과 미학, 시각적 어휘 등에 영향을 미쳐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고 현대 이집트 예술가의 작품에서도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전시회 그림 중에 파랑색이 살짝 가미된 초록색이 눈에 많이 띄었다. 나일강 주변을 제외한 국토 대부분이 사막인 이집트에서 힘든 삶을 이어가는 이집트인에게 유토피아란 꽃과 나무, 채소와 곡식이 초록으로 풍성한, 새들이 깃드는 곳이 아니었을까. 초록이 바로 신들의 세상이고 유토피아였다. 지구는 ‘초록으로 빛나는 보석’이라는 어느 우주인의 감탄사가 떠오른다.

 

전시회를 보고 나오는데, 마침 덕수궁에서 500여년 지속된 조선왕조 끝자락을 장식했던 ‘고종황제 즉위식’이 5월의 찬란한 햇빛 아래 재현되고 있었다. 허울뿐인 황제 즉위식인 것을…. 알 수 없는 서글픔이 밀려왔다. 권력은 무상(無常)하고 예술은 영원(永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