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권자의 날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민주적 선거(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가 실시된 1948년 5월10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기념해서 선정한 날이다. 2012년 기념일로 지정된 후 6번째 맞았다. 유권자는 주권자로서 선거에서 권리를 행사하고, 대표자를 선출함과 동시에 이들을 감시하는 막중한 의무를 진다. 유권자의 날을 지정해서 기념한다는 것은 그런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도 하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까지 많은 피와 땀을 쏟았지만 민주적 선거제도는 별 노력없이 도입됐다. 모든 국민이 선거권을 갖는 보통선거권의 역사는 민주주의를 발달시킨 서양의 경우도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미국은 1920년, 영국은 1928년에 남녀가 동등한 참정권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 인종의 차별 없이 참정권이 완전히 보장된 때는 1966년이며, 최초의 직접 민주주의 국가로 널리 알려진 스위스조차도 1971년에서야 여성에게 보통선거권을 부여했다. 이들 국가에서 보통선거권이 도입되기까지 숱한 투쟁의 역사가 있었다. 이에 비해 우리의 경우 선거와 관련된 민주주의 원칙들이 1948년 헌법을 제정할 때부터 곧바로 실천됐다.
이런 대한민국을 두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후불제민주주의> 저서를 통해 우리의 헌법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얻은 후불제 헌법이었고,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라고 했다. 1980년대 민주화 투쟁과 초유의 대통령 탄핵결정은 그 대가다. 오늘 새 대통령을 탄생시킨 것으로 유권자의 몫을 다한 것은 아니다. 유권자는 살아 있어야 민주주의가 똑바로 선다. 후불제민주주의>
김원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