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원 김모 씨(51)는 최근 전주시 서노송동 노송천 공영주차장을 이용했다가 큰 불편을 겪었다. 저녁 식사를 한 뒤 공영주차장을 빠져나오려는데 차단기 주변을 아무리 살펴봐도 주차요금을 결제하는 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뒤따라온 차량 운전자의 불만이 뒷통수에 꽂히는 것 같아 안절부절 못하던 김 씨는 주차요금 정산기가 주차장 진·출입로와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을 알았고, 뒷 차량 운전자에게 양해를 구한 뒤 헐레벌떡 뛰어가 요금을 결제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주차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김 씨는 “출입구에 주차요금 정산기가 없어 당황했고, 뒤늦게 찾은 정산기를 사용하는 것도 불편해 인터폰으로 직원과 통화한 뒤에야 요금 결제를 마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 주부 신모 씨(32)는 최근 오거리 공영주차장에 갔다가 현금 계산이 되지 않는 주차요금 정산기 때문에 곤혹스러웠다. 신용카드를 가져오지 않았는데, 현금으로 수납하는 기기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함께 동행한 일행에게 신용카드를 빌려 주차요금을 결제한 뒤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신 씨는 “사람이 없는 무인 공영주차장이면 신용카드는 물론 현금으로도 주차요금을 낼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카드가 없는 사람은 공영주차장도 이용하지 말란 소리냐. 이 기기가 이용객들에게 어떤 편의를 제공하는지 알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전주시가 최근 도입중인 공영주차장 무인정산 체제가 이용객 위주가 아닌 행정 편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무인정산기기가 진·출입로와 떨어져 있어 이용객들이 주차요금 결제에 불편을 겪는가 하면, 단순 몇천원 정도도 카드로만 결제해야 하고 무인정산 체제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기회 소멸 등이 그것이다.
11일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시내에는 최근 조성이 완료된 평화2동 공영주차장과 서부신시가지 홍산·비보이 주차장을 포함해 총 73곳(유료 15곳, 무료 58곳)의 공영주차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관리는 전주시설관리공단이 맡고 있다.
최근 2~3년 새 유료 공영주차장은 시설관리공단의 요청에 의해 모두 무인정산 시스템으로 바뀌었고 주차요금 정산은 기기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이 기기가격은 최소 9000만원에서 1억원에 육박하는데, 신용카드로만 정산이 가능하다. 신용카드와 현금정산이 모두 가능한 기기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 신용카드 정산만 가능한 기기를 들여 놓았다는 것이 전주시의 설명이다.
문제는 무인정산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다. 시에 따르면 기존 공영주차장을 관리하는 임시직원들의 이직이 잦아 인력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무인정산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행정의 인력관리 편의를 위해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떠넘겼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객들은 정산기 이용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고, 이 때문에 정산 대기차량이 줄지어 서는 일도 간혹 빚어지고 있다. 무인정산 시스템 도입으로 노인 일자리나 장애인, 구직자 등의 공공 일자리 제공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현금 결제가 안되고 신용카드만 거래가 가능한 카드정산기를 도입한 것은 사실상 현금수거업무를 하지 않겠다는 행정편의적 발상이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현금결제도 병행 가능한 정산기기를 도입할 경우 예산이 더 소요되는 점이 있으며, 다른 공영주차장과 달리 노송천 공영주차장의 정산기가 진출입로에서 떨어져 있어 이용객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