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출신이야.”
박근혜 정부 들어 무(無)장관 시대를 목도한 전북도민들이 정부의 고위공무원 인사 또는 개각 때마다 하는 말이다. 기계적인 지역안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난 두 정부의 인사는 지역편중 논란을 자초했다.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전주을)이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김대중 정부에서 발탁한 전북 출신 차관급 이상 인사는 31명(전체 대비 9.3%)이다. 노무현 정부는 34명(9.2%)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전북 출신 고위공직자 비율은 크게 낮아졌다.
이명박 정부에서 전북 출신 차관급 이상은 14명(4.3%), 박근혜 정부에선 8명(3.4%)에 그쳤다. 청와대 내에서도 전북 출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박근혜 정부가 내리막을 걷던 지난해 10월 기준, 청와대 비서관 이상 고위공직자 중 전북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영남 출신은 전체 비서관의 절반을 차지했다.
지역편중 인사 논란은 역대 정부 마다 불거졌다. 이 때문에 일부 공직자는 상황에 따라 자신의 출신지를 바꾸거나 ‘커밍아웃’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유인촌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서울에서 태어나 50년 넘게 살았지만 2008년 2월 장관 후보자로 임명되면서 완주 출신으로 소개됐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서울 출신으로 알려졌으나 김대중 정부 출범 후 갑작스레 전주 출신임이 부각됐다.
이처럼 전북 출신이란 점은 역대 정권의 입맞에 맞게 이용됐을 뿐, 지역균형 인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또한 광주·전남 출신을 장차관으로 임명한 뒤 이를 ‘호남 몫’으로 못박으면서, 상대적으로 전북 출신은 고위공무원 인사와 내각 때마다 뒤로 밀려났다.
정부 주요부처에서 향후 장차관으로 중용할 만한 지역 출신 고위공무원 인력풀도 빈약하다. 지난해 말 기준,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 국토교통부 소속 3급 공무원의 전북 출신 비율은 각각 12.9%, 10.0%, 7.7%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새 정부의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 이어 장관 임명 등 내각 구성이 임박하자, 정권의 중심부에서 밀려난 전북 출신을 중용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지역균형 인사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차기 행보에 도민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 날인 지난 10일 “대탕평, 대통합의 자세로 정부를 구성하겠다”며 지역균형 인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김대중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등을 지낸 진념(부안) 전 부총리는 새정부에 국정운영능력과 지역안배를 고려한 내각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진 전 부총리는 11일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정부 땐 야당인 자민련 출신 인사를 추천받아 등용하는 등 계파와 정당을 가리지 않았다. 국정운영능력 위주의 적재적소 인사가 중요하다”면서도 “능력을 갖췄다면 지방 출신을 중용하는 인사대탕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환철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균형인사를 통해 특정지역 편중 인사로 상처받은 도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야 한다”면서 “새 정부에서 그동안 인사·예산 등에서 차별받은 전북을 배려해야 진정한 대통합의 길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