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아파트 담장위로 진분홍 장미꽃이 활짝 폈다. 옛날 시골집 울타리에서 흔히 보던 것과 똑같은 꽃이다. 서로 고개를 쳐들고 자태를 뽑내고 있지만, 별다른 특징이랄 것도 없는 평범한 크기와 모양도 흔하디흔한 장미다.

 

장미는 그 종류가 수 만 가지나 된다고 한다. 사람들이 기존 품종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관상용으로 재배되기 시작한지도 3000년이 넘었다고 하니 이처럼 종류가 많은 것도 당연할 것이다. 지금도 연간 200여종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장미의 인기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 사랑의 고백에도 쓰이고, 결혼식 부케에도 들어간다. 입학식이나 졸업식장에도 등장한다. ‘사랑의 사자’, ‘행복한 사랑’ 등의 꽃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색깔에 따라서 꽃말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붉은 장미 봉오리는 순수한 사랑과 사랑의 고백을 뜻하고, 붉은 장미는 사랑과 욕망, 열정, 기쁨을 나타낸다. 하얀 장미 봉오리는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입니다’는 뜻을 담고 있고, 하얀 장미는 빛의 꽃으로 존경과 순결, 매력을 뜻한다. 또 주황색 장미는 첫사랑을 뜻하고, 노란 장미는 성취와 우정을 의미한다. 보라색 장미는 영원한 사랑을 표현하며, 흑장미는 ‘당신은 영원히 나의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아파트 담장에 피어 있는 분홍색 장미는? ‘단순’과 ‘행복한 사랑’을 나타낸다고 한다. 가장 흔하고 평범해서 다소 식상하게 생각했는데 어찌보면 아파트 단지에 가장 어울리는 믿음직스런 색깔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얻을 수 없는 것’ ‘불가능한 것’이라는 꽃말을 가진 파란장미다. 파란장미는 원래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장미에는 파란 색소를 만드는 효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란 장미’의 꽃말이 ‘불가능’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파란장미를 만들기 위해 매달려왔고, 2004년 일본의 식음료 기업인 산토리홀딩스가 마침내 성공했다. 팬지에서 파란색소를 만드는 유전자 ‘블루진(Blue Gene)’을 추출해 장미에 이식한 것으로, 완전한 파란색은 아니지만 현재까지는 파란장미에 가장 가깝다.

 

파란장미의 등장은 불가능의 극복을 의미한다. 지금은 파란 장미의 꽃말도 ‘기적’ ‘포기하지 않는 사랑’ 등을 뜻하게 됐다고 한다. 다소 상업적이긴 하지만, 지치고 힘든 젊은이들에게 꽃 선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좀 더 자연스러운 색깔의 파란 장미가 우리나라에서 조만간 개발돼 젊은이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이성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