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세먼지 소리만 들어도 지겹다. ‘파란 하늘에 속지 말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거리 곳곳에 하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 이쯤 되면 과거 공상과학 만화에서나 보던 방독면을 쓰고 다니는 시민들의 모습이 이제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는 상황이지만 지자체는 정부 정책에 목을 매고, 정책들은 현재 위협은 해소하지 못하는 대책들 뿐이다. 이에 세 차례에 걸쳐 우리 지역 미세먼지 실태와 대책 마련의 한계점, 그리고 지자체 차원의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에서 2살, 5살 두 딸을 키우는 우모 씨(43)는 최근 둘째가 중이염을 앓고, 병치레하는 일이 많아졌다. 중이염, 후두염을 시작으로 폐렴에서 폐결핵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신생아 호흡기 질환이 있다는 것을 우 씨는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딸의 중이염 원인을 미세먼지로 꼽고 있는 오 씨는 “미세먼지가 너무도 밉다”고 말한다.
익히 알고 있듯 미세먼지는 경유 자동차나 건설 현장 등에서 주로 발생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 황사나 화력발전소 같은 외부 오염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즘 맑은 하늘을 보면 미세먼지가 어디 있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우리 머리카락보다 30분의 1, 1m의 십만 분의 1인 10㎛(마이크로미터) 미만의 크기인 작은 미세먼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 불안하다.
일반 먼지는 코털이나 입안의 점액질 등으로 걸러지지만, 이처럼 작은 크기인 미세먼지는 걸러지지 않고 폐에 고스란히 쌓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미세먼지들이 혈관을 타고 전신을 돌아다니며 각종 병은 물론 암까지 유발한다는 보고도 나온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 새 ‘미세먼지 습격’ ‘살인 먼지’ 등의 제목으로 미세먼지 관련 보도가 잇따르며 온 국민이 불안감에 휩싸인 상태다. 더욱이 전북 지역은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전국에서 손에 꼽히는 것으로 알려져 도민들의 걱정은 더욱 큰 상황이다.
실제로 전북 지역의 경우 경기·충북과 함께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대기환경 기준(연평균치 : 50㎍/㎥)을 넘어선 3개 지역에 포함됐고, 지난해의 경우도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미세먼지 평균 농도를 기록하는 등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런 미세먼지 때문에 우리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외출 전 미세먼지 수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기상정보 앱부터 확인하고,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마스크도 착용한다. 최근에는 공기청정기를 구매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하지만 올 여름 숨 막히는 더위에 미세먼지로 인한 마스크까지, 도민들의 답답함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여름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강수량은 더 적을 것으로 예상돼 미세먼지와 관련한 체감 지수는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지난달 발표한 5~7월 기상 전망에서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은 더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보통 여름철은 장마 등 비가 오는 날이 많아 다른 계절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편이지만, 올 여름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다른 계절과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감축 응급 대책으로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발전소 8곳의 일시 가동중단을 지시하는 등 미세먼지 저감에 앞장서고 있어 도민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장기적 대책뿐만 아니라 지자체 차원의 단기적인 문제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