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지명 당시 분위기는 낙관적이었다. 언론인 출신인 그가 국회의원을 거쳐 전남도지사로 재임 중이었기 때문에 별문제 없이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도 결국 필부필부일 뿐이었다. 결정적인 흠결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힘 주어 강조했던 위장전입과 병역면제 등 공직 배제 5대 원칙 범위에 일부 걸렸다는 점이다.
결국 야당이 발목을 잡았고,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는 불투명했다. 그는 부인의 위장전입,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받았는데 부인의 위장전입은 훨씬 치명적이었다. 자유한국당은 끝까지 총리지명 철회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당도 부정적이었지만 문대통령이 인수위원회 등 준비과정 없이 출범한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달라며 이해를 요청하고, 좀 더 구체적인 인사원칙을 제시하면서 일부 누그러졌다.
결국 이 후보자의 국회청문회 통과는 순리를 벗어났고, 여야 힘겨루기로 결론났다. 국민의당이 협조 쪽으로 기울며 본회의 표결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문대통령과 여당은 표결을 밀어붙였고, 이낙연 후보자는 총리 자리에 안착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끝까지 반대했고, 문재인정부 출범부터 기대를 모았던 여야 협치 모드는 백척간두에 섰다.
어느 체제를 막론하고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돈과 권력이다. 돈과 권력이 민초 편에 서지 않고 민초를 짓밟는 것이 문제가 되자 법을 만들었다. 법은 민주사회의 근간이다.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그 법이 돈과 권력에 의해 유린되는 일이 많아지자 민초들이 들고 일어나 촛불을 밝혔고, 결국 문재인정부가 탄생했다. 문재인정부에 거는 민초들의 희망은 촛불에 있다. 문대통령은 공직배제5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지 말았어야 했다. 더욱 아쉬운 것은 과유불급의 이치를 외면하는 지식인들이다. 세파에 휘말리다보면 어찌 허물이 없겠는가. 정권 바뀔 때마다 정치권이 아전인수식 잣대, 제 눈의 들보는 로맨스로 알고, 남의 눈 속에 든 티는 스캔들로 보는 위선은 안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