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의 쇠락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16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0년만 해도 81.4%에 달했던 종이신문 이용률이 지난해에는 그 4분의 1 수준인 20.9%로까지 떨어졌다.
그렇다고 ‘신문’이 쇠락한 것은 아니다. ‘종이’신문의 자리는 이제 ‘온라인’신문, ‘모바일’신문이 메운다. 2016년 인터넷(모바일+PC) 뉴스 이용률은 81.4%. 정확히 2000년의 종이신문 이용률과 같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데, 언론이 뒷짐 지고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올해로 창간 67주년을 맞는 전북일보도 세상의 이 같은 변화에 맞춰 나가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들어간 신문
침대 머리맡에 둔 네모난 물건이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 모를 손짓이 거칠게 그 물건을 찾는다. 손바닥만 한 스크린에는 일곱시 언저리를 가리키는 숫자와 몇 개의 버튼이 떠 있다.
승현 씨는 누운 채로 스크린을 쓸어 본다. 수많은 속보 알림이 쌓여 있다.
어딘가에서는 불이 났고, 어딘가에서는 교통사고가 일어났고,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 벌어진 축구 경기에서 누가 골을 넣었다. 또 어딘가의 뉴스 생산자들은 그동안에 열심히 일한 모양이다.
출근길.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스마트폰을 하나씩 쥐고 있다. 십여 명 남짓한 사람 중 예닐곱 명은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다.
승현 씨도 마찬가지다. 승현 씨의 스마트폰에는 뉴스 앱도 몇 개 깔려 있지만, 자타공인 ‘트잉여(트위터+잉여, 트위터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이를 지칭하는 말)’인 승현 씨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을 읽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소셜미디어도 소셜미디어 나름이다. 트위터로는 주로 속보나 텍스트로 된 기사를 읽고, 페이스북으로는 라이브 영상이나 카드뉴스를 본다. 인스타그램으로는 물론 사진을 본다.
한 언론사 계정으로 방금 노동 문제에 관한 기사 한 건이 올라왔다. 막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며 읽어보니, 역시 이런 지적이 꼭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동의한다는 의미로 리트윗 버튼을 누른다. 그럼으로써 승현 씨도 이제 ‘뉴스를 유통하는 사람’이 된다.
이왕 ‘뉴스를 유통하는 사람’이 된 김에, ‘멘션’도 하나 남겨본다.
“역시 잦은 야근은 몸에 해롭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야근을 멀리하고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이 좋습니다.”
△세상의 변화, 전북일보의 변화
눈을 뜨자마자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나가 배달된 종이신문을 집던 모습은 이제는 흔치 않다. 많은 뉴스 소비가 승현 씨와 같은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오늘날의 ‘뉴스 시장’이다.
지난해 3월 출범한 디지털뉴스국은 지난 1년여 동안 온라인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는 각종 여행 기획 기사 등, 다양한 뉴스 전달 방식을 시도했다.
그 시작은 소셜미디어 채널 운영 방식을 개선한 것이었다. 그간 알맹이 없이 방만하게 운영되던 소셜미디어 채널을 정리해 트위터, 페이스북, 그리고 유튜브에 집중했다.
트위터로는 과거부터 진행돼 온 소식들을 ‘타래’ 기능으로 하나로 엮어, 자칫 ‘일회성’이 될 수 있는 기사에 맥락을 부여해 호평을 받고 있다.
이용자들이 실제 인맥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강한 페이스북으로는 지역 뉴스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한편으로 ‘페이스북 라이브’ 기능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중요한 사건·행사 현장을 전달하거나, ‘전북도민이 함께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 등 도민 참여형 동영상 콘텐츠를 시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 매일 아침 1면 이미지와 함께 그날의 역사를 정리해 전달하는 ‘#전북일보_오늘’을 연재 중이다.
한편 유튜브로는 지난해 큰 화제가 된 ‘전주 시내버스 경적 시위’(10월 29일·남승현 기자 촬영) 등 도내 이슈와 관련된 동영상들을 촬영 또는 가공 편집해 제공해 왔다.
이와 함께 전북일보의 콘텐츠 자체에 대해서도 몇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전북지역의 이슈에 대해 잘 모르는 이도 쉽게 사건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주로 복잡한 이슈를 풀어 설명하거나 이슈의 맥락을 짚는 내용의 카드뉴스와 만화뉴스를 제작했다.
또 전북일보가 지난 67년 동안 모아 온 풍부한 사진 자산을 바탕으로, 전북지역의 옛날과 오늘날의 모습을 함께 보는 ‘사진으로 비교해 보는 우리 동네’ 기획도 진행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시간을 두고 읽을 수 있는 피서지 등에 관한 여행 기사와 전북지역의 중요한 이야깃거리인 군산선 철도 기행 기사를 연재했는데, 지난해 전북일보 기사 ‘조회수 톱10’에 7건이 올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철의 궤도: 전라선 철길 답사기’ 기획을 연재하는데, 지면에 한 번 게재하고 더 세세하고 풍부한 이야기와 사진과 동영상을 곁들인 ‘온라인에 최적화된 기사’를 따로 편집해 게재하는 방식을 실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게 되는,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외면하지 않는, ‘믿고 보는 전북일보’를 만들자”는 것이 지난 1년여 동안 디지털뉴스국이 견지해 온 목표였다.
중요한 사건을 담은 옛 사진과 당시를 경험한 김재호 수석논설위원의 생생한 글을 접목한 ‘글Pic’,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전북일보의 모든 기사를 시간 순으로 엮은 ‘세월호 타임라인’ 기획 또한 이러한 목표 속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전북도민 곁에 있는 것이 ‘본질’
지난해 10월 말부터 시작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촛불 정국.
‘대의’(代議)가 몇몇 권력자와 그 지인에 의해 사사로이 집행되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전북도민들 역시 분노했다.
전북에서는 10월 27일 전북비상시국회의의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빠르게 ‘촛불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10월 28일 진행된 전북대·전주대 학생들의 시국선언과 그날 열린 촛불집회에서부터 전북일보 디지털뉴스국은 ‘페이스북 라이브’를 활용한 현장 실시간 중계를 시작했다.
17차례의 ‘전북도민총궐기’와 크고 작은 집회 등 50여 차례에 걸친 ‘촛불’을 전달했고, 때에 따라 서울 광화문이나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의 상황도 전했다. 이 같은 실시간 중계는 전북지역 신문 가운데서는 최초다.
광장에서 전북도민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그대로 담아내며, 전북 지역 언론으로서의 ‘본질’을 다시 도민들에게 보여줬다는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것은 전북일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창간 67주년을 맞은 전북일보와 이제 출범 두 번째 해를 보내고 있는 디지털뉴스국은 올해도 시시각각 변해 가는 미디어 환경에서, 도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 안으로 무인비행장치(드론)를 도입해 색다른 시각을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전북일보 지면으로 연재되는 양질의 기획 기사들을 ‘큐레이션 웹진’으로 한데 묶어 보기 편하도록 선보일 계획도 진행 중이다.
또한 그간 ‘미려하지 않다’, ‘다소 불편하다’는 평을 받아 온 웹 사이트도 전면 개편, 새 시대에 맞는 ‘보는 신문’의 가치를 다질 예정이다.
카드뉴스·만화뉴스 및 글Pic, 여행 및 ‘페이스북 라이브’ 등 기존 콘텐츠는 그대로 가져가되,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접목해 최적의 ‘답’을 찾아갈 계획이다.
신재용, 권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