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리말에서는 한자 말을 한글로 적으면서 한자 말의 원래 소리와 달리 적는 것이 적지 않다. ‘금슬(琴瑟)’도 그중 하나이다. “부부간의 화목한 즐거움”을 뜻하는 말은 ‘금슬지락(琴瑟之樂)’이고 이의 준말은 ‘금슬(琴瑟)’이라 한다. 이때의 ‘琴’은 ‘거문고 금’이고, ‘瑟’은 ‘큰 거문고(비파) 슬’이다. 즉 거문고와 비파가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것처럼, 그렇게 알콩달콩하게 사는 부부 사이를 일컬을 때 쓴다.
그런데 이 금슬(琴瑟)을 한글로 쓸 때는 ‘금슬’이 아니라 ‘금실’로 적어야 한다. 금슬지락도 ‘금실지락’이지 ‘금슬지락’이 아님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렇게 소리가 나는 것은 전설모음화의 영향이다. ‘금슬’보다는 ‘금실’로 발음하기가 편해 그렇게 소리 내는 것이다. 우리 말법에서는 본래 전설모음화를 별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금실’은 사람들이 하도 그렇게 쓰고 있어 ‘금실’을 표준어로 삼도록 했다. 그러나 악기 거문고와 비파를 뜻할 때는 ‘금슬’로 적어야 한다.
‘알콩달콩’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전에 없던 말이다. 하지만 최근 국립국어원에서 “아기자기하고 사이좋게 사는 모양”이라는 의미를 지닌 말로 등재했다. 이제 금슬이 좋은 부부가 아니라 금실이 좋은 부부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