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이 솟는 동백립스틱
어머니
거울 속 젊은 입술이 보여요
하얀 눈가루 창가에 내릴 때
콕
내게만 찍어주며
소녀의 입술을 주던 동백립스틱
멍울멍울
애타게 달고서
당신의 생애는 한 번도
그린 적 없는 동백립스틱
올해도
슬피 붉은 웃음 포갠 채
투둑
또 지고 있나요
언제나 봄날을 눈앞에 펴 놓고
△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립스틱 한 번 바르지 않았던 어머니, 자식들의 봄날을 마련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어머니, 겨울 끝나가고 봄볕 들어 삶의 아랫목이 따뜻해질 일만 남았는데 허무하게 져버린 어머니, 봄 오기 전에 뚝뚝 떨어지면서도 자식들은 꽃길만 걷게 하고 싶은 어머니. 동백꽃 안에 들어있는 립스틱, 웃음도 슬픈 동백꽃. 김제 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