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를 둘러싸고 빚어진 중국과의 마찰이 잠시 숨고르기에 접어든 듯하다. 사드의 소강상태는 새 정부가 출현하면서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우리 대통령에게 전화를 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시(習) 주석은 전화로 ‘구동화이(求同化異)’를 말했다.
풀이하자면 ‘같은 점을 찾으면서 차이점은 없앤다.’는 뜻이다. 즉, 이견(異見)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넓히자는 의미다.
개인이나 국가나 모든 일을 완벽하게 잘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패와 실수를 대충 넘어간다면 마침내 치명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가 있다. 어쩌면 사드문제는 한·중 관계의 지난 25년을 냉정하게 점검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너무 소극적으로 대 중국 문제를 봉합하거나 시간이 가면 저절로 해결된다는 식으로 대처해 왔다.
중국관계를 단순히 경제관계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서 우리와 중국의 정치적 신뢰관계의 폭과 깊이는 그 만큼 좁고 얕았다고 봐야 한다.
한·중 수교 25년이 지나고 있는 양국의 관계를 냉철한 입장에서 본다면 위의 말이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금 번의 사드문제를 통해서 우리는 이런 취약한 양국의 신뢰관계를 여실히 목도할 수 있었다.
중국이라는 나라를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서로의 깊은 이해와 신뢰의 구축은 나중에 하고, 우선은 서로 돈벌이에 치중한 것은 아닐까? 우리만의 잘못은 아닐지도 모른다.
양 쪽 모두의 반성과 개선이 수반되어야 하는 문제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이 꺼낸 ‘구동화이’라는 말은 의미가 있다. 중국도 상호 정치적 신뢰의 부족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더구나 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보복이 장기적인 면에서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님을 중국도 안다는 뜻이다. 중국 사람들의 장점 중 하나는 상대의 합리적인 설득에는 자기의 의견을 굽힌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바탕에는 먼저 상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중국인들은 사업에서도 먼저 ‘쭈어런(做人)’이지 결코 ‘쭈어쓰(做事)’가 우선이 아니다.
쭈어런(做人)은 서로 ‘인간적인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고, 쭈어쓰(做事)는 ‘일을 한다.’는 뜻이다. 중국인 백 명을 잡고 물어봐도 쭈어런(做人)보다 쭈어쓰(做事)가 먼저라는 사람은 없다.
사드의 보복은 이런 한국과의 쭈어런(做人)이 약했다는 방증이다. 체면을 극도로 중시하는 것이 중국인들의 습성이다. 지난 25년의 우리의 대 중국외교는 쭈어런(做人) 보다는 쭈어쓰(做事)가 우선되어 왔던 것이다.
상대를 깊이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이 없었다는 뜻이다. 사드보복에 대하여 ‘중국인들의 야비함’을 탓해서는 안 된다.
대 중국 사업의 방향도 이제 변해야 한다. 먼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속된 말로 중국을 우습게보거나, 중국인을 과거의 허접한 왕 서방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중국시장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우리의 그런 저런 물건을 무조건 사 주는 중국 사람들이 아니다.
수출은 무엇보다 기본과 정석이 중요하다.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쟁력과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자동화 설비도 필요하다. 수시로 바이어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의 구사능력 또한 필요조건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으라는 성경 말씀이 있다. 대 중국 관계와 사업도 이제 새 부대에 부어야 한다. 많은 분들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