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는 고향에 다녀올 때마다 마주치는 흉물스런 건물이 항상 의문이었다. 남원에서 전주로 오는 국도를 타고 밤재터널을 지날 때면 회색 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한 채 변함없이 서 있는 건물 한 채가 10년이 넘도록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기존에 콘도를 짓기 위해 1994년 착공했지만, 업체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1998년부터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상태다. 이 같은 ‘공사 중단 장기 방치 건축물’이 도내 곳곳에 흉물로 자리잡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여러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다.
전북지역내 공사 중단 장기 방치 건축물은 19곳에 48동이나 되지만, 지자체에서는 뚜렷한 해결 방안이 없는 상태다. 건축법 제21조에 따른 공사 중단 장기 방치 건축물은 착공 신고 후 건축 중인 건축물로 공사를 중단한 총 기간이 2년 이상으로 확인된 것을 말한다.
김제가 5곳으로 가장 많고 전주와 남원 각 3곳, 익산·무주·부안 각 2곳, 군산과 정읍 각 1곳 등이다.
공장이나 근린생활시설 등 일반건물이 15개소 31동, 공동주택이 4개소 17동이다.
이들은 자금부족(8개소)과 부도(7개소), 소송(4개소) 등으로 공사가 장기간 중단된 상태로, 총면적 1만4565㎡에 평균 중단 기간이 167개월(13년9개월)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처럼 공사가 중단된 장기 방치 건축물은 십수 년간 대책을 찾지 못하면서 도심 미관을 해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청소년 탈선과 범죄 장소로 이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는 상태이고, 정부는 수년 동안 방치 건축물에 대한 정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제재할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해 문제를 키우는데 한 몫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건축물들이 모두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중재를 나서기 힘든 부분도 있고, 딱히 제재할 수단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는 안전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최근 2년 동안 전북지역에서는 8곳의 건축물이 사업재개나 자진철거에 들어가는 성과도 있었지만, 이들 모두 사업주가 바뀌거나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사업재개에 들어갔을 뿐이다.
지자체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지표로 보는 이슈’에서 공사 중단 건축물은 초기에 공사가 재개되지 않거나 별도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간 방치될 가능성이 커지고, 공사가 중단돼도 그 사실을 소관 기관이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신고제 도입 등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