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전성시대

애완동물이라고 표현했던 귀엽고 예쁘장한 개와 고양이 등을 이제는 반려동물이라고 한다. 인구 5,000만 명이 1,000만 이상의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회다. 동물병원, 펫 스토어, 유치원, 호텔, 놀이터, 장례식장 등 온갖 관련 상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임실 오수에는 의견공원, 군산에는 도그랜드가 운영되고 있다. 그야말로 반려동물 지상낙원이다. 이쯤 되면 청년실업, 은퇴실업 등으로 삶이 팍팍해진 사람들에게 ‘개팔자가 상팔자’란 넋두리는 사실을 넘어 진리가 된다.

 

사회는 이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대상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반려견을 애완견이라고 표현하는 사람, 개나 고양이를 향해 물건을 던지거나 때리는 사람 등은 생각이 반듯하지 못한 사람, 동물학대자 등 온갖 비난을 들어야 한다. 예전엔 없었던 ‘사람-동물’ 관계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명체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삶에서 중요한 일이다. 반려동물이든, 가축이든 인간과 함께하며 서로의 삶을 보완한다. 그 끈끈한 관계가 역사 기록상 수천년 계속되고 있다.

 

산동네, 도심 가리지 않고 집단 출몰하는 바람에 말썽꾼이 된 멧돼지가 유해동물로 분류돼 사살되곤 한다. 사실 반려동물도 때로는 유해하긴 마찬가지다.

 

반려동물이 항상 사랑스럽고, 귀엽고 그래서 사람에게 웃음과 안식과 행복을 안겨주는 존재인 것만은 아니다. 반려동물 중에는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는 주인을 할퀴거나 문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거나 가구 집기를 훼손한다. 아이의 간식을 뺏앗아 먹거나 심하게 짖어대 이웃 주민들의 원성을 산다. 노인이 키우던 개에게 손목을 물려 사경을 헤매는 경우, 목 줄이 풀린 채 견주와 산책하던 개 때문에 부상당하는 경우 등 유해 사례도 상당하다. 이 모든 것은 ‘말 못하는 동물이기 때문에’란 이유로 덮어지기 일쑤다. 반려동물은 그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극히 사랑스러운 존재지만 주변 사람 모두에게도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끼리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돼 사고 나는 것이 세상 일인데, 동물이 주인에 의해 얼마나 잘 통제될 수 있겠는가. 특히 타인에게는 언제든지 위험한 존재, 짜증스런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 동물이다. 동물을 사랑하려면 그 반려자들은 동물의 행동심리 등에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 통제가 가능하고, 동물 반려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