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대신 책으로 그린 자연…이정웅 개인전, 우진문화공간

 

책을 절단해 캔버스에 배치하는 독특한 작업으로 유명한 이정웅 작가가 5년 만에 전주에서 전시회를 연다. 200호 대형 소나무 작품을 비롯한 근작들을 오는 14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전시한다. 개막식은 8일 오후 6시.

 

전북지역 미술가지만 서울과 국내·외 아트페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 작가. 지역에서는 오랜만에 작품을 선보이지만 여전히 그의 작품 주제는 책이다. 단, 평면부터 입체, 구상에서 비구상 작품까지 소화하며 표현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에게 책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면서 작품의 물감과도 같은 재료다. 세월의 흔적을 머금어 바랜 책부터 신간까지 다양한 책들을 펼칠 수 없게 옆면을 접착제로 봉한 후 칼질을 한다. 토막 낸 책의 단면을 붙인다. 제각기 다른 길이와 두께, 드문드문 비치는 색상, 종이의 재질, 오래되고 누렇게 빛바랜 종이의 상태들이 배열돼 다양한 표정을 만든다.

 

그의 작업 과정은 문자들을 모두 붙여 버리거나 칼로 지워 책을 펼칠 수 없는, 읽을 수 없는 책으로 만드는 일이다. 또 다양한 책의 토막들이 모여 원래의 책이 아닌 또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낸다.

 

박상윤 중국 윤아르떼 갤러리 대표는 “이 작가의 작품 속에는 많은 책과 이야기가 담겨 있고 삶의 희로애락이 있다”면서 “그는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자연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모든 감정과 지혜를 담은 책들을 영생하는 자연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