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6월 항쟁 30주년 기념 민주주의축제’에 가다

기념사업 전북조직위, 충경로 사거리서 개최 / 바람개비 나눔·엽서 쓰기·각종 공연 등 열려

2017년 6월 10일 전주 객사 앞에 선 한 60대 노인은 1987년 6월을 마주했다.

 

전주 객사 앞 거리사진전을 둘러보던 그의 눈길이 향한 흑백사진에는 1987년 6월 전동성당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마친 신부와 수녀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최성식 씨(66)는 6월 항쟁 30주년 기념식에 참가하기 위해 이른 아침 김제에서 버스를 타고 전주에 왔다.

 

최 씨는 “내가 청년이었을 적 전주 중앙성당과 전동성당 앞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시위를 하며 울부짖은 기억이 난다”며 “그 열망이 오늘날의 촛불을 밝히고 있다”고 했다.

 

지난 10일 오후 3시 전주시 충경로 사거리에서는 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3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6월항쟁 30주년 기념사업 전북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주관한 ‘6월 항쟁 30주년 기념 민주주의축제’가 열렸다.

 

이날 도내 시민·사회단체가 설치한 총 16개의 부스는 610개의 바람개비 나눔과 대통령에게 보내는 엽서, 버스킹공연, 거리사진전 등 다채로운 볼거리로 채워졌다.

 

이 중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부스에서는 정부에 바라는 국민 목소리를 현장에서 접수해 국민인수위원회에 전달하는 행사인 ‘국민마이크 in 전주’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마이크를 잡은 최하람 군(16·완주중3)은 “모든 학교 시험의 절대평가, 정치적 적폐청산, 언론개혁, 양성평등 등을 요구한다. 특히 성 소수자에 대한 권리 보장을 해 달라”며 “6월 항쟁의 정신을 계승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 지난 10일 전주 객사 앞에서 열린 6월 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서화가 여태명 선생이 서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권혁일 기자

오후 6시 서화가 여태명 원광대 교수가 ‘87년 6월 항쟁이 촛불 시민 혁명으로 오다’라는 글귀를 쓰는 서예 퍼포먼스로 본 행사가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뒤 6월 항쟁의 희생자들에게 1분간 묵념했다.

 

무대에 오른 전북여성단체연합 최승희 대표는 개회사에서 “30년 전 오늘 전주 등 전국 22개 도시에서 민주주의를 부르짖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노총 전북본부 지대성 수석부본부장은 “장사꾼도 회사원도 함께 최루탄이 터지는 거리를 메웠다”고 강조했고,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김영기 대표는 “16세부터 65세까지 번쩍 손들어 토론했다. 30년 전 우리의 눈물과 땀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우리의 삶 속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5·18구속부상자회 전북지부 김완술 지부장은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연대의 끈을 더욱 단단히 해 희망의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날 조직위가 진행한 ‘시민들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엽서쓰기’에서는 6월 10일을 상징하는 610개의 엽서 내용이 공개됐다. 이 중에는 ‘다시는 자유가 억압받지 않기를’, ‘최루탄 가스가 날리던 거리에 이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날립니다’, ‘차별·억압 없는 사회 바란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김승수 전주시장은 “오늘 전주의 가장 번화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며 “전주시장으로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걸고 지켜주신 모든 분께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고 말했다.

 

전주소년소녀합창단과 가수 김용진, 이상한 계절 등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고, 시민들이 화음을 맞추는 등 축제 분위기로 이어진 이날 행사는 오후 8시 30분께 전주연합풍물패의 사물놀이를 끝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