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장애인 폭행 물의 빚은 남원 '평화의 집' 현재는…

새 원장 강석현 씨, 입소자들 탈 시설·자립 도와 / 시, 강 원장 취임 뒤 폐쇄 방침 철회

장애인 상습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1년, 폐쇄 위기에 몰렸던 남원 ‘평화의 집’이 장애인 활동가에 의해 재건되고 있다. 겉으론 별다른 특이사항없이 조용했지만 안에서는 전략적이고 기민하게 움직였다.

 

폭행과 성추행을 일삼았던 사회복지사들이 처벌되는 동안, 한 장애인 활동가가 ‘평화의 집’의 원장을 맡아 재기를 준비했다.

 

지난해 5월 남원경찰서는 ‘평화의 집’에서 중증장애인 23명에게 상습적으로 폭력과 성추행을 일삼은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 등)로 사회복지사 조모 씨(42)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폭행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원장, 폭행에 일부 가담한 사회복지사 등 1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1월 광주고법 전주 제1형사부(재판장 노정희)는 이 중 조 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한 1심을 유지했다.

 

사건 발생후 ‘평화의 집’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던 때 한 장애인 활동가가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7월 1일 장애인 활동가 강석현 씨(50·지체장애 1급)가 공석인 ‘평화의 집’ 원장직에 이력서를 냈다. 지난 2015년까지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한 강 씨는 “장애인들의 인권을 짓밟은 ‘평화의 집’을 직접 해체하려 했다”고 참여 목적을 밝혔다. 입소자들을 보다 나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 최종적으로는 평화의 집을 해체하겠다는 것이다.

 

강 원장은 “당시 원장이 입건된 상태로 재단에서 원장직을 공모했는데, ‘운영에 관해 요구나 관여를 일체 하지 않는’조건으로 원장직을 맡기로 결심했다”며 “시설 폐쇄를 목적으로 원장을 맡았지만, 현장의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지침상 성범죄가 벌어진 ‘평화의 집’은 폐쇄 명령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평화의 집이 문을 닫게되면 입소자들이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장애인 거주시설은 총 38곳으로 이 중 익산 ‘밝은집’과 남원 ‘평화의 집’ 등 단 2곳이 실비 입소시설이다. 나머지 36곳은 기초생활보호대상자가 입소할 수 있다.

 

익산 ‘밝은집’은 정원(35명)이 초과하면서 ‘평화의 집’ 실비 입소자들은 전북을 떠나 다른 시설로 이동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남원시는 최종적으로 ‘평화의 집’ 폐쇄 방침을 철회했다.

 

남원시 관계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평화의 집’에 대해 ‘폐쇄’라는 강력한 행정 명령이 내려져야 하지만, 입소자들이 겪을 피해를 생각해 철회를 결정했다”며 “ ‘평화의 집’을 재단 측으로부터 기부채납 받은 뒤 공모를 거쳐 사회복지재단에 위탁을 주는 순서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강석현 원장은 “평화의 집 사태는 공동생활에서 관리자들의 강압적 관리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장애인 거주시설을 탈시설과 자립 생활로 전환해야 하는데, 현재 남원시로부터 지원받은 아파트에서 ‘평화의 집’ 입소자 4명이 자립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들을 모두 탈시설과 자립 생활로 전환해 아픔이 많은 ‘평화의 집’이 최종적으로 폐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