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감사원은 ‘2016년도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 결과에 따른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결과에는 박근혜대통령 탄핵의 시발점이 된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을 비롯하여 차은택이 주도한 문화창조융합센터사업, 장시호가 연루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 문화체육계의 국정농단 전반에 대한 조사 결과가 담겼다.
감사원에 따르면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은 이미 설립과정부터 허점투성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법인 설립 시 필수 요건인 설립자의 재산 출연이 이뤄지지 않았고, 정관날인과 인감증명서도 불일치하는 문제점이 확인됐다. 문체부 담당자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대로 재단 설립을 허가했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전횡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케이스포츠 재단이 K-스포츠클럽 육성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지원했고, 같은 재단 사무총장을 대한체육회 자문위원에 선임하도록 부당 지시했다. 게다가 과학적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늘품체조의 보급을 지시했고 늘품체조 개발 경위에 대한 국회의 질의에 거짓으로 답변하도록 지시했다. 체육계를 좌지우지 했던 김 전 차관이 각종 예산을 본인의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은 예사였다. 공익사업적립금, 국민체육진흥기금 등을 자신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협회, 단체에 지원했다. 법적 근거 없이 체육진흥투표권 발행 사업의 위탁사업비 34억 원을 빙상단 창단 운영비로 특혜 지원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감사원이 밝혀낸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 규모는 애초 특검에서 발표했던 374건보다 무려 70건이 더 늘어난 444건으로 밝혀졌다. 청와대에서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면 이를 문체부가 실행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된 개인과 단체는 각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문체부 공무원, 한국그랜드코리아레저 대표이사 등 총 28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요구되었다는 점에서 국정농단으로 황폐화된 문체부를 정상화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조치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할 수는 없다. 현재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언제든지 제2의 최순실, 김종, 차은택이 나타날 수 있다. 재발방지를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위법적 행위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상부의 부당한 지시마저 그대로 이행하는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바로잡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호와 동시에 부당한 지시에 불응한 공무원에 대한 보상도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목되어 좌천되었던, 노태강 국장의 문체부 2차관 임명은 공직 사회 개혁에 대한 상징성을 충분히 갖는다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감사결과를 통해 국정농단 관련자들의 철저한 색출과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 시간과 노력이 아무리 오래 걸려도 좋다. 그리해야만 법과 원칙이 바로 선다. 프랑스는 나치 협력자를 9만명 넘게 처벌하였고, 40년이 지나서도 재판에 세우고 있다.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단호한 의지의 표명이다. 우리도 ‘옳은 일을 하면 보상받고, 나쁜 일을 하면 처벌 받는’ 상식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래야 제2의 국정농단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