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 허소라

먼 여행에서 지쳐 돌아온

 

살들이

 

푸른 이랑마다 피리소리처럼

 

그리움을 심으며 쓰러진다

 

바다는 몇 억년을 태어나고, 노래하고

 

다만 한 소절만을 닮기 위해

 

우리는 매달리고 떨어지다가

 

이윽고 캄캄한 나락에서

 

웃음의 뼈가 된다

 

바다는 그 넓은 용량으로도

 

나의 빈 잔 하나를 채울 수 없어

 

마지막 결심인 양 늘 할딱인다

 

그러나 바다는 나의 힘이요 밧줄이다

 

그대여 바닷가에서 죽어있는 갈매기를 본 일이 있느뇨?

 

무덤이 없는 바닷가에서

 

수많은 무덤들이

 

바다를 보며 그리움으로 쓰러져 푸른 재가 된다.

 

△푸른 재가 넘실거리는 바다에 간다. 잿빛 수도복을 차려입은 갈매기가 개펄에서 와불이 되어 있었다. 피리 소리처럼 가슴을 파고들던 갈매기의 마지막 일갈! 나는 빈 잔을 들고 오늘도 바다를 향해 걷는다. 김제 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