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금융시장과의 소통을 이유로 서울 강남 사옥에 전용 회의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꼼수’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혁신도시로 이전해 전북 가족이 된 만큼 전북금융타운 조성을 위한 상생과 소통이 필요하지만 업무편익을 이유로 ‘일방적 행보’를 고집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8일 전북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서울에 몰려있는 금융사들과의 소통 강화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 강남 사옥에 전용 회의실을 만들고 있다.
전용 회의실은 강남 사옥 10층을 리모델링 해 조성되며, 2~3명이 상주해 회의실을 관리하고 필요에 따라 기금본부 회의, 프레젠테이션, 증권사·자산운용사 등과의 미팅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기금본부가 강남 사옥에 전용 회의실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570조원을 굴리는 기금본부 특성상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기업 등과 꾸준히 만나야 하는 데 전북으로 이전한 후 지리적 여건으로 기금운용 업무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사들을 전북으로 내려와 만나게 하는 것은 자칫 ‘갑질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기금본부 내부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기금본부의 주장은 ‘돈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는 시장경제 논리와 역행하는 것으로 국민연금 기금 유치를 통한 사업계획이 있는 금융사업자들이 기금본부를 찾는 게 당연하다”는 반박도 적지 않다.
특히 이 같은 기금본부의 행보는 새 정부 기조에 발맞춘 전북혁신도시 금융타운 조성을 통한 기금 사업자 및 관계자들의 유입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전북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전북에 금융과 관련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금본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북도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며 “기관이 이전한지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서울 강남시대의 논리에 빠져있다는 것은 기관 이기주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북도 관계자 역시 “상생과 협력 노력에는 나서지 않고 뒤로 일방적 행보만 보이는 기금본부의 처사에 도민들의 불만이 깊어지고 있다”며 “거리나 교통, 회의실 문제 등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의와 소통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 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사회나 심사위원회 등을 사옥이 아닌 호텔에서 개최해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은 이후 기존 서울 강남 사옥 10층을 이사회 회의실 등으로 개보수를 추진하고 있다”며 “기금운용본부를 위한 전용 회의실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회의실 관리 역시 2~3명이 상주하는 것이 아닌 서울남부지역본부 사옥 관리부서에서 업무를 분담해 관리하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또 “지난 4월 기금운용본부의 전북혁신도시 이전에 따라 일 평균 60명 내외의 금융인들이 전주를 직접 방문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에 따라 전북혁신도시 기금본부 외부 관계자 회의실도 기존 11개에서 13개로 확충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