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전북에 완전히 정착한 것으로 여겼던 기금운용본부가 여전히 ‘서울 망령’을 떨치지 못한 모양이다. 기금운용본부가 금융시장과의 소통을 이유로 서울 강남 사옥에 전용 회의공간을 마련하면서다. 기금본부의 서울 공간은 각종 회의와 프레젠테이션, 증권사·자산운용사와의 미팅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본부는 전북으로 이전한 후 지리적 여건으로 기금운용 업무에 문제가 생길 우려 때문에 서울 공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공간설치 논리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과 자산운용사, 대기업 본사 등이 서울에 집중된 상황에서 금융 관련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전북혁신도시 본부만 고집할 경우 시간과 비용, 유기적 협력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라면 지역혁신도시는 탄생하지 말았어야 하며, 세종시 행정도시도 다시 서울로 회귀시켜야 할 것이다.
LH공사를 진주에 내주고 그나마 국민연금공단 유치에 전북이 위안을 삼은 것은 기금운용본부를 기반으로 한 금융도시로 탈발꿈 기회로 여긴 때문이다. 흔히 돈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고 한다. 기금본부가 갖고 있는 570조원의 기금은 투자를 바라는 금융사와 자금운용사, 기업을 전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자산이다. 기금본부의 주요 기능들이 서울에서 이뤄진다면 이들 금융기관들이 굳이 전북을 찾을 이유도, 전북에 사무소를 낼 이유도 없다.
본부의 서울 회의공간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단순한 회의공간을 지역에서 침소봉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든 서울에 끈을 놓지않으려는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한의 연락사무소가 필요하다면 지역과의 소통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새 정부의 ‘혁신도시 시즌 2’정책에 맞춰 제3금융도시를 계획하는 전북의 여망이 ‘서울 망령’으로 짓밟혀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