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 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삼성의 진정성을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를 경남 진주로 뺏긴데 대한 국면전환용 삼성 투자협약(MOU)이 이뤄진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김완주 전 지사의 해명이다.
이날 ‘전북도의회 삼성그룹 새만금투자 무산 진상규명과 투자협약(M0U) 조사특별위원회(이하 조사특위)’ 위원들은 “MB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취소하면서 영남권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LH를 경남으로 이전시켰고, MB의 경제정책을 수준 이하라고 힐난하다 청와대의 진노를 샀던 삼성이 갑자기 새만금 투자 MOU를 체결해 전북 여론을 잠재웠다”고 주장하며 ‘LH 경남 이전 물타기 삼성 새만금 MOU’라고 질책했다.
그러나 삼성 새만금 MOU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과 의구심을 밝혀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이날 증인으로 부른 김 전 지사에게 면죄부를 준 회의가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딘 질문 예상된 답변
이날 조사특위 위원들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되풀이해 제기하는 ‘무딘 질문’으로 일관했고, 김 전 지사는 예상된 질문에 미리 준비한 ‘모범 답변’으로 별다른 어려움없이 회의를 끝냈다.
도의회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가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온 뒤 “핵폭탄급 질문이 나올 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돌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김빠진 사이다’에 그친 회의였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위원들의 질문에 김 전 지사는 “삼성의 투자 무산은 안타깝지만 새만금에 20조원을 투자하려 했던 삼성의 진정성을 믿는다. 투자 유치의 핵심은 기업의 마음을 얻는 것으로 삼성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가 삼성의 마음을 얻어 투자를 유치시켜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삼성은 새만금 투자를 위해 총리실, 농식품부, 지식경제부로 나눠진 중앙부처 창구의 일원화 요구와 삼성 투자 부지의 주거환경을 위해 방조제 설계변경을 요청하기도 했다. 삼성 투자 부지를 원형지로 제공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며 삼성의 투자 진정성을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MOU가 체결된 2011년 4월 27일 저녁부터 새벽까지 전북 전역에 나부끼던 수만장의 ‘LH 경남 진주 일괄 이전 반대’ 플래카드가 하루 아침에 ‘삼성 7조 6000억 새만금 투자 환영’ 플래카드로 바뀐데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LH 비난 플래카드가 떼어지고 삼성 환영 플래카드로 바뀐 점에 대한 질문에 김 전 지사는 “확실한 기억이 없다. 그런 일이 있었나”라고 말했다.
△증거, 근거없는 답답한 증인신문
이날 조사특위 위원들은 새로운 증거나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그동안 제기돼온 의혹들을 다시 질문하는 수준에 그쳐 답답한 증인신문이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회의 시작부터 김 전 지사의 증인 출석에 감사를 전하는가 하면, 김 전 지사의 사실상 ‘기업 유치론’ 특강이라 불릴 정도로 그가 밝힌 기업 유치를 위해 필요한 점을 반복 청취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증인 신문’이 아니라 ‘증인 특강’이 됐다는 말도 나왔다. 전직 지사에 대한 증인 신문이라는 점에서 예우를 갖춘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도가 다소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답변을 주저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질문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일부 의원은 “정치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얘기하면 좋았을텐데 유감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부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구성된 조사특위에 대한 의회 주변의 평가도 호의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특위 남은 일정은
이날 김 전 지사에 대한 증인 신문을 끝으로 조사특위는 사실상 활동 종료에 들어갔다. 지난 2월 4일부터 8월 3일까지가 활동기간인 조사특위는 그동안 9차례 회의를 통해 밝혀낸 사실들로 결과보고서를 만들어 본회의에 보고하게 된다.
특위 활동을 지원해온 특별전문위원실 직원들도 본연의 업무인 추경예산 준비에 들어가야 해 남은 기간 조사특위의 새로운 활동을 지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회의와 그동안의 조사특위 활동에 대해 양용모 위원장은 아쉬움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뒤 “의회가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 앞으로는 그런 일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의혹에 대한 과정을 종합적으로 듣고 판단해볼 수 있었던 점 등을 성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총리실 등 중앙부처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조사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오는 26일부터 1주일간 총리실 앞에서 위원들이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 MOU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도민들에게 사과를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조사특위가 앞으로 내놓을 결과보고서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인석, 이강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