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때 맛 - 유휘상

손때 맵기로 동네 소문 난 핏대양반

 

어느 여름날 점심,

 

보리밥에 찬물 말아 왈칵왈칵 먹는데

 

울퉁불퉁 인상 궂은 청양고추

 

생된장에 푹 찍어 먹었겠다.

 

약찬 풋고추가 깨나 매웠던지

 

입 호호불어 대며 손부채 부치다가

 

물 한 대접 들이킨다.

 

아이 매워 아 참 고놈, 눈물이 다 핑 도네

 

겸상 밥 먹던 중3 아들

 

아버지, 매운가요?

 

아무리 매워도 아버지 손때 맛만 하겠어요.

 

△마치 어렸을 적 평상에 앉아서 먹던 보리밥이 생각난다. 찬물에 말아 마른 굴비 쭉쭉 찢어 먹던 그 맛. 어머니가 장독에서 퍼온 생된장에 청양고추를 찍어 먹어 보아야 여름을 체험한다.

 

매운맛에 손부채를 부치다가 물 한 대접 들이키기를 수차례 하다 보면 여름이 갔다. 아하, 아버지 손때 맛이 맵던가요? 아무리 매워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그 맛을 보여 줄 아버지가 계셨으면 좋겠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