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삼겹살에 소주 한잔 없다면 / 아, 이것마저 없다면’이라고 쓴 바 있는 ‘국민시인’ 안도현의 두 줄짜리 짤막한 시가 그 증거라고 하면 논리가 좀 궁색할지 모르겠다. 하긴 쓰는 시 따로, 좋아하는 안주 따로이긴 한가 보다. 시인을 잘 아는 이의 귀띔에 따르면 그는 삼겹살보다 생선회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니…. 그럼에도 시인이 소주와 삼겹살의 궁합을 맞춰 시를 쓴 까닭은 우리 술꾼들의 보편적인 취향이나 정서가 그러해서일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직장 회식을 비롯한 여러 모임의 술과 안주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건 누가 뭐래도 소주와 삼겹살이다. 특히 우리 술꾼들의 소주와 삼겹살 애호는 상상을 초월한다. 나들이객들이 피워내는 삼겹살 지글거리는 냄새는 어김없이 소주를 부른다. 소주 안주로 삼겹살을 굽기 시작한 게 채 30년도 안 되었다는 걸 요즘 젊은 술꾼들은 제대로 알기나 할까.
삼겹살은 단백질과 산성 기름 덩어리이기 때문에 사실은 같은 산성인 소주하고 궁합은커녕 함께해서는 안 될 상극이라는 식품연구가들도 있다지만 그까짓 게 무슨 대수랴. 누구 말처럼 짜장면에는 단무지, 생맥주에는 치킨인 것을…. 시인의 발상처럼 가까운 이들과 정겹게 마주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상추에 풋고추와 마늘을 얹고 쌈장을 발라 먹는 삼겹살이 없었더라면 이 땅의 술꾼들은 이 풍진 세상을 도대체 무슨 낙으로 살아왔을까 싶기도 하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 없다면 / 아, 이것마저 없다면’을 다시 읽는다. 그런데 혹시 알고 있는가, 이 시의 제목이 <퇴근길> 이라는 사실을…. 퇴근길>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