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교육개혁 공약인 자율형사립고 폐지(일반고 전환) 방침에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26일 서울지역 자사고 학부모연합회는 집회를 열고 자사고 폐지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앞서 자립형사립고로 출발한 전주 상산고와 민족사관고,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등 5개 원조 자사고는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의 다양화·특성화는 사학의 자주성 신장을 통해 이뤄져야 하고, 국가 주도의 획일화 교육은 시대에 역행한다”며 자사고 폐지 정책에 반대 의견을 냈다.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불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곤 후보자는 최근 한 강연에서 “특목고나 자사고는 대학입시 예비고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자사고 폐지 입장을 내비쳤다.
김재균 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과 박삼옥 전주 상산고 교장으로부터 자사고 폐지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 김재균 전교조 전북 정책실장 - 공공·평등성 침해…입시위주 개선해야
김재균 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은 “자사고와 특목고로 인해 고교 서열이 고착화됐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원조 자사고인 민족사관고나 상산고에 다니면 ‘성골’, 특목고와 후기 자사고 학생은 ‘진골’, 일반고 학생은 ‘평민’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고교 간 서열이 만들어지면서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며 “자사고와 특목고는 교육의 다양성·수월성이란 포장 아래 교육의 공공성과 평등성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학업 성적만을 우선시하는 교육 과정만으로는 김연아나 박태환 같은 다양한 재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할 수 없다”며 “자사고 폐지를 시작으로 입시위주인 우리나라 교육의 전반적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아이들의 다양한 특기와 개성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좌우되는 입시위주 교육의 병폐인 자사고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자사고 폐지는 교육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협력의 교육, 학생의 다양한 적성을 찾아주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자사고 지정 근거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 폐지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 박삼옥 상산고 교장 - 지역인재 이탈·수도권인구 집중 우려
국내 대표적인 자사고인 전주 상산고의 박삼옥 교장은 “요즘 졸업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자사고 폐지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친다”며 “자사고의 순기능은 철저히 배제되고, 고교 계층화·서열화를 조장했다는 억측만 난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장은 자사고가 고교 서열·계층화·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교장은 “절대평가 방식의 중학교 내신 성적과 심층면접으로만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서울 대치동에 있는 일반고들이 더 많은 서울대생을 배출하는데, 이것도 서열화로 볼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다양성과 특성화를 배제한 획일적 교육으로는 변화하는 시대 여건에 맞는 인재를 육성할 수 없다. 상산고는 매년 신입생의 25%를 전북 출신으로 뽑는 등 지역 인재의 외부 유출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고를 폐지하면 지역 인재 이탈과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장은 “자립형 사립고로 출발한 지방의 자사고는 고교 교육 전반과 국가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며 “교육부 장관이 결정되고 정부의 구체적 로드맵이 나오면 지방 자사고들과 협력해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