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인후문화의 집] 6차선 도로가 가른 주민들 이어주는 '공감의 공간'

한곳은 60~70대 단독주택, 건너편은 30~40대 아파트 / 통학로인 육교에서 장터…주민들 교류하는 장소로 / '일상의 재해석' 프로그램 / 문화예술 향유·생산까지

▲ 전주 인후문화의집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일상의 재해석’ 프로그램. 항상 지나다니는 길과 상점을 사진 촬영해 기록하고 이야기하며, 지역 주민들간 적극적인 관계 맺기를 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변하는 세상만큼이나 사람들 간에 관계 맺고 소통하는 대상과 특성 또한 달라졌다. 예전에는 마을이라는 지역적 공동체에서 서로 품앗이하며 일을 해왔고, 아이도 함께 키우며 마을에서 모든 일을 해결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의 문화가 만들어졌으나, 지금은 마을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는 지역적 범주를 벗어나 다양한 특성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관계 맺는다. 더러는 그 관계 속에서 갈등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그 갈등은 서로의 관계를 분리시키거나 배척시키기도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사람과 사람들의 관계를 잇고,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데 중요한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 원주민과 이주민을 분리시킨 6차선 도로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북일초등학교가 있는 동네는 조금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6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완전 다른 두 모습의 동네가 공존하고 있다. 한 곳은 오랜 시골마을처럼 정겹다. 단독주택들이 줄지어 나지막이 앉아있고, 골목마다 다양한 모습을 뽐낸다. 6차선 도로가 무색할 정도로 골목은 조용하다. 오래전부터 그 터를 지킨 모습처럼 이곳에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60~70대의 어르신들이다. 반면에 다른 쪽의 동네는 대도시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빼곡하게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고, 상가들도 네모 반듯 줄을 맞춰 서 있다. 누가 봐도 ‘신상’처럼 보이는 아파트에는 30~40대의 젊은 세대들이 이주해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6차선 도로를 기점으로 이주민과 원주민들은 의도치 않게 편을 가르듯 둘로 나뉘어 살아가고 있다. 북일초등학교로 등하교를 하는 아이들을 위한 육교가 서로 다른 환경을 이어주는 이들의 유일한 매개의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 서로를 이어주는 교류의 장 필요

 

인후문화의집은 인후동에 터를 잡아 주민들의 일상 문화예술 공간을 운영하면서 인후동의 지역적 상황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한 교량의 역할이 필요하고, 문화의집 답게 본인들이 잘 하는 문화적 접근으로 그 고민을 풀어나가기 위한 기획들을 시도했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서로 다른 환경을 이어주는 유일한 매개공간인 육교에서 ‘깜장’이라는 장터를 연 이유도 서로의 시선이 닿고 머물러야 그들의 삶이 섞여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연장선상에서 인후문화의집의 고민은 계속되었다.

 

△ 문화예술 매개로 사람과 사람 잇기

▲ 휴대폰에 담아온 마을시장 풍경을 도화지에 옮겨 그리고 있는 전주 인후문화의 집 사람들.

사람들이 긴 테이블 위에 오밀조밀 앉아 휴대폰 화면에 있는 그림을 도화지에 옮겨 그린다. 휴대폰 화면에는 정겨운 마을시장 풍경이 담겨 있다. 30대부터 60대 어르신까지 세대도 다양하게 섞여있다. 그렇게 그림을 한참 그리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일상에서 겪었던 이야기부터, 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 어떤 예술가에 대한 평가까지 수다의 주제는 다채롭다. 무슨 활동인지 물으니 지난 시간 동네 시장을 돌아다니며 자기 마음에 남았던 사진을 골라 본인이 바라본 시선으로 그려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질적인 두 집단을 이어 심리적 거리감을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 인후문화의집 김명규 기획팀장은 ‘일상의 재해석’이라는 지역특성화 프로그램을 올 초 기획하여 진행하기 시작했다.

 

“지역주민간의 커뮤니티 형성은 공감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서로가 알고 있는 공간을 기록하고 이야기 해보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거예요”

 

함께 모여 서로가 알고 있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동네를 새롭게 바라본다. 항상 지나던 길을 사진으로 찍으며 깊게 관찰해 본다. 나의 일상을 관찰하며, 본래 있었으나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을 알아가게 된다. 평소 데면데면 하던 시장 과일가게 사장님, 야채가게 사장님과 이야기도 나눠본다. 이러한 과정 속에, 시장상인들과 주민들은 물건을 사고파는 소비적인 소극적 관계를 넘어, 서로의 스토리와 사건을 주고받는 적극적인 커뮤니티의 관계로 성장한다. 이렇듯 프로그램을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뿐 아니라, 지역의 사람들과도 더불어 관계를 맺어간다.

 

△ 일상을 재해석 해보며 느끼는 일상의 작은 일탈

 

“사람들의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새로운 상황이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탈들이라고 생각을 해요. 내가 살아가는 공간, 만나는 사람 등을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재해석 해 보는 거예요.”

 

내가 살아가는 지역이 시시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매번 지나치며 보는 것들이 색다르게 다가올 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상의 공간은 더 일탈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일상의 재해석’ 주강사로 참여하고 있는 김누리 작가는 상점을 기록하는 작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누리 작가는 각자 상점마다 가지고 있는 스토리들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 스토리를 찾아내는 작가의 일상적 비일상이 작품 활동을 하게 만든 관찰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획자는 그런 작가의 시선을 지역주민들에게 연결해 주고 싶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비일상성은 지역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을 만들어 주어 참여자들이 살아가는 지역에 대해 생각을 전환시켜 주는 환기의 역할을 할 것이다.

 

△ 문화를 향유하는 것에서 벗어나 문화 생산자로의 성장

 

“우리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참여했을 때 각자가 느끼는 감정이 다 달라요. 뭐라고 뚜렷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삶에서 이게 필요한 것이구나 하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그 감정을 느낀 사람들은 문화예술을 배우고 가져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봐요. 그게 지속의 힘이 될 것 같아요”

 

인후문화의집 ‘일상의 재해석’ 프로그램은 지역특성화사업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지역특성화 사업은 문화를 향유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기문화를 생산하는 역할로서의 문화예술교육을 지향한다.

 

결과보다는 과정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사업이다. 그래서 단순히 장르를 체험하는 형식의 접근보다는 교육 과정 안에서 소통관계를 형성하는 활동이 더 중요한 사업이다. 소통은 사람들 간의 소통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이 느끼고, 변해가는 스스로와의 소통도 포함된다. 그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 질 때 문화예술은 일상 안에서 지속 될 것이고, 그 지속은 지역 안에서 또 다른 변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 생각된다.

▲ 문성희 문화파출소 덕진 문화보안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