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힘이다

기록물은 과거를 알고 현재를 단단하게 하고 미래를 열어갈 수 있어

▲ 수석논설위원

신문사에 근무하다보면 지인들로부터, 혹은 독자들로부터 익숙한 문의 전화를 받고는 한다. “책을 쓰려다보니 필요해서 그런데 1960년쯤에 전주에서 활동했던 ‘홍길동’씨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있겠냐”는 등의 식이다. 그래서 “신문사에 오시면 열람할 수 있다”고 대답하면 저 쪽에서 또 묻는 사람이 있다. “컴퓨터에서 검색할 수 있나요?” 그러면 대답해 준다. “옛날 신문기사가 모두 디지털 자료화 되지 않은 상태여서 1980년대 초반까지만 컴퓨터 검색으로 원하는 자료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옛날 신문은 계속해서 디지털화 하고 있습니다.”

 

1950년 10월15일 창간, 올해로 67주년이 된 전북일보는 적어도 지난 67년간의 역사자료 상당 부분이 살아 있는 보고다. 전라북도에서 일어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친 크고 작은 숱한 기록물이 기사와 사진으로 전북일보에 남아 있다.

 

몇 년 전 일이다. 전주 35사단이 임실 이전을 앞두고 사단의 역사 자료를 정리, 홍보 영상물 제작에 나섰다. 사단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가 부실, 제작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전북일보에 협조를 요청했다. 전북일보가 보유하고 있는 소중한 기사와 사진 자료가 35사단 역사를 꿰어내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음은 물론이다.

 

전북일보는 최근 본사 3층에 전북일보 역사박물관 ‘기록의 힘’을 열었다. 전북일보 창간호를 비롯, 지난 67년간의 월별 신문을 손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신문철이 연도별, 월별로 보관돼 있다. 맑은 전주천의 빨래터, 그곳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 빨래 삶아주는 곳, 정읍을 방문한 박정희, 전북일보 다가동 사옥, 전북은행 사옥 등 소중한 기록들이 살아 숨쉬는 장소다. 전북일보가 2012년 말에 펴낸 사진집 ‘전북일보에 비친 현대사 60년,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진 역사박물관은 도민들에게 소중한 기억의 장소가 될 것이다.

 

전주시도 최근 소중한 기록물을 발굴, 전주 정신의 숲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일반 시민들 대상으로 기록물 수집 공모전을 벌여 최근 꽃심상(대상)에 최봉섭씨, 대동상(최우수상)에 범선배씨를 선정한 것이다. 제2회째인 올해 공모전에는 모두 49명의 시민이 500여 점의 소장 기록자료를 접수했다고 한다.

 

꽃심상을 받은 최봉섭씨가 제출한 자료는 1928년의 전주향교포상, 1920년대의 전주최씨 족보, 전주사범학교 졸업앨범 등 초중고 통신표, 상장류, 1930~1960년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43점의 사진 등이다. 풍류상을 수상한 이명구 씨가 제출한 자료 ‘신약전서’는 1911년에 발행된 것으로 우리의 옛 서체를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 밖에 전주시장을 지낸 이주상씨가 백범 김구선생과 북한에 다녀와 경교장에서 찍은 기념사진이 제출됐고, 해방 이후 최초 국어교과서(조선어학회 발행), 한벽당 쪽 터널로 증기를 내뿜으며 진입하는 증기기관차 등 사진이 제출됐다. 하나같이 소중한 전주지역의 기록물들이다.

 

지난해 첫 기록물 공모전에서는 이용엽씨가 응모한 이씨의 선친 이상래(1896~1979년)씨 일기가 대상을 수상했다. 한 개인의 일기일 뿐이었지만, 그의 일기는 100년 전 전주의 생활상을 전하는 소중한 기록 유산으로서 큰 관심을 끌었다. 우리는 그의 일기를 통해 덕진 운동장이 1915년에 조성됐고, 덕진연못 주변에 3만 평의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914년 11월 개통된 전북철도주식회사의 경편철도가 전주 시내 중심을 지나 군산을 오갔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전주시는 이렇게 수집하는 민간기록물들을 보관 전시할 수 있는 장소, 온습도를 유지해 기록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시설, 디지털화 작업, 사실확인 및 스토리화 작업 등을 점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6월7일 전주기록물 기증의 날을 개최했고, 인후동 보훈회관 2층에 100여 평의 임시 수장고도 마련했다.

 

이런 작업들이 진행되면서 전주문화특별시의 열매도 맺고 또 무르익어 갈 것이다.

 

기록은 단순한 역사의 기록물로 남지 않는다. 기록을 통해 과거를 알고, 현재를 단단히 하고, 미래를 열어 갈 수 있기에 기록은 거대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