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국기원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전북도민들에게 곱게만 보이지 않는다. 무주군이 평창과 경합한 아린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무주군이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 경쟁에서 평창에 밀렸고, 당시 평창이 올림픽 유치에 실패할 경우 차기 올림픽 후보지를 무주에 양보키로 했으나 강원도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전북은 동계U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훨씬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 무주의 경우 이미 상당 부분 시설이 갖춰져 보완만 필요했던 반면, 평창은 대부분 시설을 새로 건설해야 했다. 실제 최근까지도 대회 후 활용도를 고민하면서까지 막대한 돈을 들여 가리왕산을 훼손시켜서야 되겠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주가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데는 정치적·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동계U대회의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게 컸다고 본다. 동계U대회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으나 과거의 역사로 들어갔다. 전주와 무주에 동계U대회 개최지였다는 기념탑만 덩그렇게 남아 그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동계스포츠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첫 동계U대회를 개최한 것은 국내 스포츠사에 결코 작지 않은 일이었는데도 그렇다.

 

지난달 말 전북에서 또 하나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인 세계태권도대회가 무주 태권도원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국가 차원에서 태권도 성지로 조성한 곳에서 처음 세계대회를 개최했다는 점만으로도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세계 각국의 태권도 지도자, 문재인 대통령, 북한 시범단 등이 참가해 대회 위상을 높여줬다.

 

그러나 세계대회 개최만으로 태권도원이 절로 태권도 성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 태권도인들에게 태권도 성지는 국기원으로 각인돼 있다. 1972년 태권도 중앙도장으로 개원한 국기원은 세계 각국에 태권도를 보급하고, 태권도를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시키는 등 명실공히 태권도의 산실이었다. 국기원은 현재도 태권도원을 운영하는 태권도문화재단과 함께 한국 태권도를 이끄는 양대 축이다. 태권도 승품·승단과 교육사업·국제교류 사업 등 태권도 관련 핵심 사업들을 국기원이 담당하고 있다. 이 국기원이 태권도원으로 이전되지 않는 한 태권도원이 온전한 성지가 될 수 없다.

 

국기원의 성원 아래 태권도원이 만들어졌다. 태권도진흥재단과 국기원이 독립적인 재단이지만 한 곳에 둥지를 틀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쉬운 문제만은 아니지만, 세계대회를 계기로 국기원 이전을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 동계U대회를 잘 치르고도 동계올핌픽 유치 기회를 놓친 우를 다시 범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