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백로(白露)는 희고 깨끗해 청렴한 선비를 상징했다. 시문(詩文)이나 화조화(花鳥畵) 소재로도 많이 등장한다. 백로와 왜가리 등은 황새목 왜가리과에 속하는 새로, 이른 봄 남쪽에서 찾아와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른 후 가을에 월동을 위해 다시 남하하는 여름 철새다.
전주지역에도 덕진구 건지산과 완산구 삼천동 일대(현재 효천지구 인근)에 서식지가 있어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전주 효천지구 도시개발공사로 여름 철새가 터전을 잃고 있다.
지난 2006년 새만금지방환경청(당시 전주지방환경청)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도내 백로류 주요 도래지 10개소에 대한 서식실태를 조사한 ‘전북지역 백로류 서식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건지산 인근에서 서식하는 백로류는 해오라기, 쇠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황로 등 5종으로 약 1000여 마리의 개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완산구 삼천동 일원에도 약 400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발표됐다.
전주 일원에만 백로류 여름 철새 1400여 마리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현재 백로류 개체수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이 지난 4월 29일 효천지구 일대 백로류 모니터링에 나선 결과 둥지에는 왜가리 60여 마리만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로류는 소나무나 히말라야삼목 등 침엽수에 주로 둥지를 트는 데, 효천지구 인근은 산을 깎고 개발하는 바람에 백로류가 둥지를 튼 소나무가 단 두 그루만 남았다. 아카시아나 참나무 등 활엽수 등은 일부 남아있지만, 이파리가 많고 넓어 바람에 쉽게 흔들려 둥지를 틀고 지내기가 힘들다.
반면 건지산은 도내 백로류 최대 서식지답게 히말라야삼목을 비롯한 소나무가 긴 숲으로 이어져 있어 서식에 좋은 환경이라 여전히 많은 백로류가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효천지구 인근에서도 5종류에 달하는 다양한 철새를 볼 수 있었지만, 최근 개발이 진행되며 보기 힘들어졌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은 “최상위 포식자로 볼 수 있는 왜가리와 백로가 우리 주변에 산다는 것은 생태계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의미로, 사람들도 살기 좋다는 것이다”며 “대단위 아파트 단지 조성으로 우려대로 생태계가 망가지며 백로와 왜가리 등이 쉴 곳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간이 생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을 고려하는 개발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