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광우병 사태가 있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이 전격 발표됐다. 협상 시작 일주일 만에 이루어진 일이었고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하루 앞두고 나온 결과였다.
광우병 위험 부위의 수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협상 백지화를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100일 이상 이어갔다. 특히,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젊은 주부들이 대거 참여하는 등 이전과 다른 집회 양상을 보였다. 우스갯말로 소울드레서 등 인터넷 여성 카페가 민노총, 전농 등과 함께 재야단체로 구분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광우병은 1984년 영국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소의 발육을 촉진하기 위해 양의 고기와 뼈를 사료로 먹였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인간 광우병은 광우병에 걸린 소를 섭취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병 원인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며 치료제도 없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대가이자 가혹한 재앙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개봉 전부터 화제였다. 옥자는 유전자를 조작해 돼지를 하마처럼 키운 슈퍼 돼지다. 즉, 유전자 변형 동물이다.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슈퍼 돼지를 아주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현실에서는 연구 중이기는 하나 식용 판매되는 유전자 변형 동물은 없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옥자의 식용 문제가 사회적 논쟁거리로 떠오를지 모르겠다. 유전자를 조작해 키운 하마만한 돼지가 식재료로 쓰이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설사 인체에 무해하다는 과학적 규명이 있다손 치더라도 옥자가 식탁에 오르는 걸 반길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반면 유전자 변형 식물은 알게 모르게 꽤 오래 전부터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1996년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인 콩과 옥수수가 등장한 이래 GMO의 안정성 논란은 20여 년째 계속되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유해성 입증 사례가 없다며 안전성 심사를 받아 유통되는 GMO는 소비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먹어왔다고 안전했던 게 아니라 관찰 없이 방치된 것이라는 반론에 대해 인체 유해성 논란의 명확한 근거는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북 완주군에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GMO 벼가 시험재배 되고 있던 사실이 밝혀져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농진청은 GMO는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체 유해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과도한 맹신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안전한 먹거리인 무항생제 육류나 무농약 농산물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고다.
우리나라는 식용 GMO 수입 1위 국가다. 질병 증가율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특히, GMO를 수입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부터 각종 질병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다. GMO와 질병 증가율이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게 GMO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GMO 안전성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GMO든 또는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 시장에서 선택하는 건 전적으로 소비자인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GMO 표시는 불완전한 상태다. 국민의 안전과 알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는 ‘GMO 완전표시제’ 도입이 필요하다. GMO 완전표시제의 도입을 반대하는 식품기업들의 이익보다 소비자인 국민 안전이 먼저다. 안전한 먹거리를 선택할 자유는 최대한 보장받아야 할 국민의 권리다.
△조배숙 의원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판·검사와 변호사로 활동했고, 16~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20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