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4년 차를 맞아 각 지자체가 스스로 자화자찬하며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도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역설하는 방송과 언론이 넘쳐나고 있는 시점에 결국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폐쇄되었다. 관리 최소 인원만 빼고 정규직은 울산으로 모두 철수했다.
마지막 배를 인도한 조선소는 사람은 간데없고 골리앗 크레인과 현장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조선소와 관련된 4000여명의 비정규직은 해고되고 협력업체와 유관 사업체들은 이미 파산하거나 일감이 없어 넋 잃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군산조선소는 이미 지난해에 독 폐쇄를 사전 공지했다. 전북도와 군산시를 비롯하여 정치권은 연일 조선소 유지와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조선소 유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도민들의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독은 폐쇄되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졌던 희망을 절망으로 만드는 순간이었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지만 도세와 정치적 영향력이 약한 전북의 운명인가 하는 자괴감을 떨칠 수 없다. 조선 경기 침체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은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들의 논리일 뿐이다.
아직도 한국경제는 정치 논리에 의해 많은 부분이 결정되고 사주 중심의 밀실 경영과 부실 경영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우조선 회생을 위해 투여된 3조 원이 넘는 구제금융을 생각하면 역차별이라 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조선소가 울산이나 거제, 목포에 있었다면 상황이 극으로 악화될 때까지 시간만 허비하며 뭉개버릴 수 있나 싶다.
군산조선소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자구책을 마련하고 정상 가동되어야 한다. 전라북도와 군산시에서 차지하고 있는 경제 비중이 높고 협력업체와 용역을 합쳐 2~3 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기에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 상권 몰락까지 합치면 피해는 천문학적이다. 8년 전 2010년 3월 선박 생산을 시작할 때는 전 도민과 군산시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없는 재정을 쪼개 200억을 보조금으로 지출했다. 쉬이 철수한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특히 서서히 세계 조선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든지 정부지원과 역할 분담, 공공선 우선 배정, 투명 경영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이기에 더욱 분노가 치민다. 조선업계 합리화의 문제는 국가와 기업의 장기 플랜으로 극복할 문제이다.
이를 근거로 힘없는 낙후지역의 독 폐쇄와 비정규직부터 우선 정리해 나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영구 폐쇄로 간다면 민란 수준의 상황을 정부와 기업이 조장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물타기 전략으로 대체 사업 지원이나 피해 완화를 위한 제반 조치는 병 주고 어설프게 약 주는 행위이다. 출구전략은 도민들의 분노를 자극할 뿐이다.
전라북도와 정치권은 더욱 분발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인기만 등에 업고 사태를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언제든지 순간에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1차적 책임은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인 민주당, 전라북도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서 국민의당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전북 국회의원의 다수이고 군산시 국회의원은 국민의당 소속이다. 전 도민의 생존권에 직결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정치적인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 온몸 바쳐 모든 것을 다했어도 불가능했던 일이라면 모를까 정치적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권, 지자체가 당을 떠나 일치된 목소리로 사태 해결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욱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군산조선소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인 민주당, 전라북도가 지혜를 모아 나가 전북도민과 군산 시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해법을 빠른 시간 안에 마련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통해 한껏 부풀어 오른 희망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제2의 LH’ 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책무가 정치권과 전북도에 있다. 단결하라, 나서라, 해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