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평가의 허점

주민 직선으로 단체장과 지방의원 등을 선출하는 것을 두고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그 문이 다시 열린 것은 1991년(지방의원)과 1995년(단체장)이다.

 

선거는 이제 한 해 걸러 치를 정도로 일상이 됐다. 5년마다 대통령선거, 4년마다 국회의원선거, 또 4년마다 지방선거를 치르고, 사고 지역이 생기면 재보궐선거까지 치른다.

 

일상화 된 선거로 인한 폐단도 적지 않다. 선거꾼들이 생겨났고, 패거리정치로 인해 주민들 사이에 장벽이 생겼다. 질 낮은 후보와 당선인이 적지 않고, 돈봉투나 이권 등으로 표를 매매하는 일이 근절되지 않았다. 허위사실을 퍼뜨리며 상대방을 공격한다. 후보들이 당선을 위해 주민 사탕발림 공약을 남발한다.

 

매니페스토 운동이 있다. 그 어원은 ‘증거’란 뜻의 라틴어 마니페스투(manifestus)다. 1834년 영국 보수당 대표였던 로버트 필이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은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다’며 구체적인 공약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매니페스토가 확산됐다. 영국 토니블레어 총리가 1997년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매니페스토 10대 정책을 구체화, 국민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2006년 5.31지방선거 때 부터라고 할 수 있다. 후보 공약의 실현 가능성 등을 따지고 평가하자는 운동이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전개됐고, 공직선거 후보들도 중시하게 된 것이다.

 

민선 6기 단체장들의 임기 1년을 남겨둔 최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단체장들의 지난 3년간의 공약 이행 정도를 평가, 발표했다. 전문가와 활동가로 조성된 매니페스토 평가단이 전국을 대상으로 공개된 자료를 모아 분석한 후 해당 지자체에 소명기회를 준 뒤 최종 발표한 것이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공약이행률 54.6%, 주민소통분야 최우수등급 성적을 받았다. 김승환 교육감도 최우수등급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김승수 전주시장과 이환주 남원시장, 박성일 완주군수, 김종규 부안군수가 공약이행 완료분야, 2016 목표 달성 분야, 주민 소통 분야의 합산 총점이 80점을 넘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군산, 진안, 무주, 순창은 우수 등급을 받았고, 익산과 김제 등 재보궐선거 등 특수사정이 있는 지역은 평가에서 제외됐다.

 

매니페스토 평가의 장점에도 불구, 현실감은 다소 떨어진다. 예를 들어, ’군산조선소 결국 폐쇄’란 현실 앞에서 주민들이 ‘참 잘했어요’라고 박수칠까. ·김재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