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50대 봉제사 부부가 목숨을 잃은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 7중 추돌사고, 그리고 지난해 7월 중학교 동창생 4명이 목숨을 잃은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5중 추돌 사고. 1년의 시간차를 두고 발생한 두 사고 모두 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이 원인이었다. 때문에 버스운전기사의 과로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전주 시내버스 운전기사들도 격일제 근무로 피로감이 큰 상황이어서 “졸음 버스 참사가 남의 일이 아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격일제 근무의 대안으로 제시된 1일 2교대제 마저 버스회사와 노조, 전주시의 불협화음으로 도입이 터덕거리고 있다. 이에 전주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근무 실태와 1일 2교대제 도입 과제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운전 노동자들의 과로 문제는 오래된 화두이다.
1년 새 발생한 두 버스 사고 외에 지난 2014년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시내버스 사고가 있었다.
당시 운전기사가 18시간째 일하고 있었음이 밝혀졌지만, 지금도 운전사의 장시간 노동은 변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지역이 장시간 운전할 수 밖에 없는 격일제 근무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전주시민의 발’로 불리는 전주시 시내버스는 120개 노선에 392대가 운행 중이다.
전주 시내버스는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 근무를 시행 중이며, 버스를 운전하는 운수 종사자만 950여 명에 이른다. 이 같은 격일제 근무에 따른 피로와 사고 위험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됐다.
전주시민회 관계자는 “버스 운전기사들이 오후가 되면 몽롱한 상태로 운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며 “피로도가 상당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민 상임위원이 지난달 발표한 ‘버스 운전자의 노동조건과 안전’에 따르면 전주 시내버스 운전사들이 주관적으로 답변한 근무시간은 하루 17시간 50분, 회사 측 기록인 운행일지를 분석해도 하루 근무시간은 16시간50분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0%가 업무 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항상 지친다고 답했다.
조사에서 격일 근무자의 피로 지수는 55%로 나타났는데, 이는 버스 운행 중 졸음을 경험할 확률이 55%라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서울과 광주 등 1일 2교대제를 시행하는 버스 운전사의 피로지수는 10~2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 2015년 가톨릭대학교 사회건강연구소가 발표한 ‘버스 운전노동자 과로 실태와 기준 연구’에서도 장시간 운전과 졸음운전의 상관관계가 제시됐다.
전주시와 비슷한 격일제 근무환경에 놓여있는 경기도의 버스 운전기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운전기사 95.7%가 하루 15시간 이상 운전하는 것으로 답했다.
경기 버스운전기사들은 출근 직후와 오전 근무 때는 피로도가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와 유사하게 나타났지만, 오후 운전시 많이 졸리는 운전사 비율이 서울 대비 36배에서 61배까지 늘어나는 양상도 보였다.
게다가 졸음운전은 음주운전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고속도로안전청 보고서에 따르면 18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수준의 음주 운전자와 상태가 비슷하고, 21시간째 깨어 있는 운전자는 알코올농도 0.08% 때 수준처럼 둔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버스 운전자들의 피로 누적과 운전 중 졸음을 부르는 격일제 근무의 대안으로 1일 2교대제가 제시됐지만 시행은 요원한 상황이다.
전주시에서도 지난해 논의를 거쳐 올해 2월 20일 노선개편과 동시에 시범 운영하기로 노사정이 협의했지만, 애초 계획했던 13개 노선, 40대 운영 목표와 달리 현재는 14대만 운행 중이다.
노조와 버스회사, 그리고 전주시의 불협화음으로 대안으로 제시된 1일 2교대제 도입이 터덕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