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보다 '화해' 먼저? 학교폭력 부실 대응 여전

사건 발생 한참 지나 심의 / 현장선 가급적 화해 중점 / 피해자 실질적 대책은 미비

지난 5월 29일 완주군에서 아홉 살 남자 아이를 씻기기 위해 옷을 벗겼는데, 온몸에 노란 멍 자국을 발견했다. 부모는 아이가 씻겨 주는 것을 거부해와 뒤늦게 멍 자국을 발견한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는 “기억이 나는 건 3월부터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에게 3차례 맞았다”고 했다. 담당 의료진은 “올해 초부터 발생한 스트레스로 인해 현재 아이의 불안감이 매우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아이의 어머니 A씨는 “학교가 일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조속히 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답답했던 A씨는 117(학교폭력신고센터)에 상담했는데, 이튿날 학교폭력담당이기도 한 담임 교사는 “왜 117신고를 해 일을 이렇게 만드느냐”며 다그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학폭위’는 이달 7일 열렸다. A씨가 아들의 피해를 학교에 알린 지 한 달이 지났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는 14일 이내 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해 학생 어머니는 도리어 ‘쌍방 폭행’을 주장했고, 지난 14일 ‘학폭위’는 두 학생에게 ‘사과’조치를 내렸다.

 

담임교사는 “평소 관계가 좋은 두 학생에게 화해를 시키는 과정이 길었다. 중간에 잘 이뤄지지 않았고, 학부모 주장이 달라 뒤늦게 ‘학폭위’를 열게 됐다”면서 “ ‘학폭위’로 아이들이 더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보니 화해를 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는 학교에 정신과 진단서를 제출하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접수한 한편, ‘학폭위’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례처럼 학교 폭력에 제대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17신고센터에 접수된 학교 폭력은 2013년 2005건, 2014년 1489건, 2015년 1539건 등으로 줄고 있다. 같은 기간 경찰의 조사를 받은 사례(형사사건)는 2013년 1007건, 2014년 467건, 2015년 445건으로 집계됐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학폭위 심의 건수’는 지난 2015년 860건, 지난해 790건이었다. 이 가운데 2015년에는 460건, 지난해 413건이 학교폭력으로 판정됐다.

 

이처럼 학폭위 심의와 학교폭력은 통계상으로는 감소하고 있다. 이들 수치는 117신고센터에 접수된 비율의 30~50% 선에 그친다.

 

이에 대해 “학교 폭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일부 학교에서는 ‘학폭위’보다는 가급적 ‘화해’를 중점에 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박연수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교사와 학교 입장에서는 일을 키우지 않으려는 자기 방어 기제가 있다”며 “ ‘학폭위’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학폭위 개최’나 ‘화해’를 결정하는 학교가 실질적으로 피해 학생을 위한 대책은 미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을 인지하거나 요청이 들어오면 일반적으로 2주 안에 ‘학폭위’가 열린다”며 “그러나 현장에선 ‘학폭위’로 가면 학생이 더 힘들어질 수 있기에 다소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폭력과 관련한 문제를 언제까지 학교 현장에 맡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고 있다”며 “특히 학교 폭력 당사자들은 학교가 아닌, 제3의 기관이 나서 ‘학폭위’와 조정 절차를 가지는 등의 대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