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지증 스리랑카 수란지씨 "전주서 느낀 따뜻한 정, 평생 못잊을 것"

선교사·수병원 후원 무료수술

▲ 전주 수병원과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다지증 수술을 받은 스리랑카 여성 수란지 씨(왼쪽)와 이병호 전주 수병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형민 기자

한 쪽 손가락이 6개로 희귀병에 걸린 스리랑카 여성이 전주 수병원과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스리랑카에서 전주까지 날아와 수술을 받고, 따뜻한 ‘정(情)’을 덤으로 얻었다.

 

스리랑카 여성 수란지 씨(Suran jee·37)는 태어났을 때부터 왼쪽 손가락이 한 개가 더 많은 희귀병 ‘다지증’을 앓았다. 감각이 없는 여섯 번째 손가락이 엄지손가락에 붙어 있어 손 전체를 제대로 쓸 수 없었고, 물건을 집는 것도 힘들었다.

 

집에서는 대부분 남편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해야 했고, 밖에서는 따가운 시선을 느껴야 했다. 그가 사는 농촌에는 수술할 의료진도 없었고, 경제적으로도 빠듯했다.

 

수란지 씨에게 지난 5월 희망이 찾아왔다. 당시 인도와 스리랑카를 돌던 이희운 선교사(전 전주근로자선교상담소장)가 수란지 씨를 알게 됐다. 이 선교사는 “수술 비용이 부담돼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안타깝다”며 한국에서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물색했고, 평소 알고 지내던 이병호 전주 수병원장은 “무료로 수술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수란지 씨를 전주로 데려오는 데는 전주·대구근로자선교상담소가 발 벗고 나섰다.

 

조용희 전주근로자선교상담소장은 “수란지 씨가 더 빨리 한국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는데, 비자 발급이 원활하지 않았다”며 “한국 측 외교 당국이 불법체류를 우려해 비자 발급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답답함에 대사관을 찾은 조 소장은 “인도적 차원의 의료 지원이다”며 비자발급을 재촉했다. 수란지 씨는 지난 19일 전주에 도착, 이튿날 이 원장 집도로 수술을 받았다. 이 원장은 “아주 희귀병은 아니지만, 어릴 때 조기에 치료를 받아야 좋은데 수란지 씨는 늦은 감이 있다”며 “수술이 성공적이었고 이후 경과도 예상보다 훨씬 좋아 스리랑카로 돌아가서 잘 관리하면 정상적인 움직임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수란지 씨는 간호사와 주변 환자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이용, 대화도 나누고 있다. 수란지 씨는 “손가락이 하나 더 있어서 불편했는데, 수술을 받으니 너무 행복하다”며 “선교사와 의사, 간호사, 동료 환자들의 따뜻한 ‘정’을 평생 잊지 않겠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