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일자리정책 '냉정과 열정 사이'

▲ 김세희 정치부 기자

‘냉정과 열정 사이’

 

지난 2003년 개봉했던 영화의 제목이다. 대중에겐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한 어휘다. 하지만 냉정과 열정 사이의 간극은 참으로 크다. 냉정함에는 차분함이, 열정에는 열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 때문에 둘 사이의 조화를 이루기는 힘들다. 때로는 사안에 따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공(功)의 이면에 큰 문제가 내재돼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열정보다 냉정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 성과의 빛이 바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가 지난 24일 보인 행보가 그랬다. 도는 이날 ‘2017년 전국자치단체 일자리 정책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해 대통령상을 수상했다며 홍보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보과에서는 출입기자들에게 일일이 보도자료를 돌리며 “도지사님이 각별히 신경쓰고 계신다”며 잘 보도해줄 것을 당부했다. 보도자료에는 전북형 청년취업지원사업, 마을기업 고도화사업, 사회적 기업 통합브랜드 출시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날 도가 상찬했던 일자리 정책 중 ‘전북형 청년취업지원사업’은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 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업에 참가하는 기업의 30% 이상이 수년 간 자치단체로부터 중복 지원을 받는 반면, 취업 지원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얻은 청년층의 30~50%가 중도에 퇴사하는 경우가 반복돼서다. “자치단체들의 관리부실로 인해 일부 특정 기업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이런 점에서 도가 홍보에 매진하는 모습은 좋게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도에서는 전북형 청년취업지원사업이 가진 맹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전북도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보도자료에 기술했고, 전국에서 1위를 했다는 건 좋은 일 아니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과오에 대한 반성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성과를 홍보하는 것은 좋다. 전북도가 실시하는 일자리 정책이 정부로부터 인정받고,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과오나 실책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돌아보는 모습을 보였다면 성과가 더욱 빛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