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판 셜록홈즈, 허를 찌르는 반전 속으로

허수정 추리소설 〈비사문천 살인사건〉 / 토정비결 이지함 주인공 설정 흥미로워

 

46년 역사의 전북 종합출판사 ‘신아’(대표 서정환)가 야심찬 기획 브랜드 ‘미스터리 컬렉션’의 다섯 번째 결과물을 냈다. 허수정 소설가의 추리소설 <비사문천 살인사건> (개정 보급판).

 

소설은 조선조 명종, 문정왕후의 위세가 극에 달했던 1565년 음력 4월을 배경으로 한다. 임금의 어머니인 문정왕후의 위세가 쩌렁쩌렁하고 윤원형을 비롯한 척신들의 가렴주구(苛斂誅求)로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 시기.

 

‘모든 사건에는 당신이 몰랐던 이면이 도사린다!’

 

<비사문천 살인사건> 은 역사적 실화의 이면을 상상하며 시작된다. 명종이 후사 없이 세상을 떠난 것은 사실. 소설은 왕의 죽음 이후 왕좌를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들이 충돌하는 격동의 시대, 잇따라 벌어지는 살인과 사건을 상상한 것이다.

 

1565년 음력 4월 도성에서 봉은사의 승려와 기생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엔 다잉 메시지처럼 ‘비사문천이 이르되 임꺽정이 환생했으니 목자가 인신공양하리라’는 글귀가 남겨져 있다. 여기에 의문을 품은 이지함과 포청의 포교 장명석은 진상을 밝히기 위해 거대한 음모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특히 토정비결로 후대에 널리 알려진 실존 인물, 이지함(1517~1578)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설정이 흥미롭다. 허수정 소설가는 “명문 사대부 출신이지만 유연한 세계관과 넓은 시야를 가진 이지함은 편견 없는 상상력으로 추론해야 하는 탐정 역할에 제격”이라고 강조했다. 매사에 진취적이었던 이지함은 일반적인 사대부와 달리 백성들과 하나 돼 부대꼈고 길흉을 점치는 도참에도 열중할 만큼 민중적이었다.

 

이지함과 허구 인물인 장명석이 짝을 이뤄 연쇄사건을 풀어내는 과정은 조선판 ‘셜록홈즈’를 연상케 한다. 농담을 주고받을 땐 허술해 보이지만 사건을 해결할 땐 완벽한 팀워크를 이뤄 탐정 소설의 정석을 보여준다.

 

허 소설가는 “우리 눈에는 주사위의 눈 ‘1’만 보이지만 뒤에는 ‘6’이 있는 것처럼 현상을 다각적인 관점과 논리를 갖고 봐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추리이고, 추리 소설은 이를 극적으로 잘 형상화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사회는 ‘나와 다르면 나쁘고 틀리다’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강한데 추리를 통해 다양성을 수용하고 성찰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아 출판사는 ‘미스터리 컬렉션’의 일환으로 단행본 분량의 미스터리 원고 혹은 시놉시스를 모집하고 있다. 문의는 sina321@hanmail.net 또는 063-275-4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