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을 땐 취하고, 나쁠 땐 버려져" 실직 근로자들 울분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이 군산조선소와 관련해 “2019년부터 군산조선소를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데 대해 도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기업인 간담회와 관련, 다른 참여 대기업들은 희망의 선물 보따리를 푼데 반해 현대중공업은 오히려 기업이익에만 우선한 변명의 목소리를 높였다는 비난도 높다.

 

간담회에서 LG그룹과 현대·기아차는 협력업체 지원을 위해 1000~1500억원의 협력사 전용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은 ‘동반성장펀드’를 6200억원 규모로 늘리고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각각 ‘물대(물품대금) 지원펀드’를 5000억원, 2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계약·파견 4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2·3차 협력사 직원에게도 보수와 복리후생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CJ는 그룹 내 방송 제작, 조리원 직군 등 간접고용 중이던 3008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대기업들의 이 같은 선물보따리와 어려움 토로가 이어졌지만 현대중공업은 발전적 계획없이 자신이 처한 기업의 어려움만 설명하는 데 그치면서 도민들의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군산조선소 재가동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최 회장 역시 군산 출신이어서 이전보다 진척된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경기가 호전돼야 재가동하겠다는 현대중공업의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군산조선소의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활황일 때 많은 고용창출을 했다고 하는 데 아무때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협력업체나 4대보험도 안되는 물량팀(인력수급용역)이 바로 그 고용창출이냐”며 “좋을 땐 취하고 나쁠 땐 버려지는 게 우리였다”고 비판했다.

 

군산조선소에서 실직한 한 근로자도 “현대중공업은 직원 채용에 따른 임금이나 성과급 등의 비용절감을 위해 협력업체를 고용하고, 협력업체는 다시 물량팀 등의 유령회사에 하도급을 주는 실정”이라며 “이번에 제기된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진정한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