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공사가 진행 중인 국가의 ‘보물’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공사가 중단된 채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
고려시대 석탑으로 보물 제25호로 지정된 ‘금산사 오층석탑’이 해체 후 보수작업에 들어갔지만, 공사가 멈춘 상태로 보안장치는 물론 잠금장치도 없이 보관되고 있다.
금산사 측은 경내에 있어 도난 우려가 없으며, 일부는 박물관에 보관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산사 오층석탑은 지난 2014년 안전진단결과 보수등급인 E등급을 받아 2016년 4월부터 해체 후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공사는 올해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현재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보수 공사를 맡았던 업체에 따르면 오층석탑의 해체와 재조립까지 맡기로 돼 있었지만, 올해 예산이 부족해 공사를 중단했다. 올해 초까지 석탑의 해체 후 보전 처리까지는 이뤄졌지만, 재조립은 못한채 계약을 해제한 상태다.
김제시에 따르면 애초 보수 공사 예산으로 문화재청에서 3억원을 책정했지만, 해체와 보전 처리에 2억2000여만 원이 소요되면서 재조립 비용이 부족해졌다.
남은 8000여만원은 터 다지기에 사용될 예정으로, 앞으로 재조립 등에 1억5000여만 원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재조립은 내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제시는 내년 부처님 오신 날(음력 4월 8일) 전까지 보수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조립을 위한 업체 선정 등이 다시 이뤄져야 해 계획대로 보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더 큰 문제는 해체된 석탑이 허술하게 보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체된 오층 석탑은 대적광전 뒤편에 세워진 구조물 안에 보관되고 있다. 구조물은 철재를 이어붙인 것으로, 임시 담장과 지붕을 얹은 모습이며 플라스틱 팔레트 위에 석탑 조각들이 쌓여 있었다.
지난달 28일 찾은 현장은 폐쇄회로(CC)TV와 같은 보안 장치는 없었으며, 입구는 임시로 철판을 달아놓은 형태여서 손으로 밀면 열렸다. 비바람을 막기 위해 설치한 비닐막도 일부 찢긴채 방치돼 있었다.
문화재청의 ‘문화재 수리 표준 시방서(설명서)’에 따르면 해체 자재 중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자재는 중요 자재 보관창고에 보관해야 하며, 중요 자재 보관 창고는 도난 방지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 해체·보수공사 발주처인 김제시 관계자는 “석재 특성상 보존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지만 끝까지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금산사 관계자는 “수시로 순찰을 나가고, 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보륜(寶輪)과 보주(寶珠)는 따로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며 “석재가 부피가 크고 금산사 내부에 있어 도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공사 중단과 관련 김제시 관계자는 “사업비가 기존에 계획했던 것보다 많이 소요돼 아쉬운 상황”이라며, “추후 조립 후에도 문제가 없도록 올해에는 석탑 아랫부분 기초 공사를 하고, 내년에 예산이 확보되면 재조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