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지옥이 더 공평혀. 거기선 죄 지은 만큼만 벌을 받잖여” “아직도 법타령이여? 법으로 뭘 할 수 있는데”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간 옥살이를 한 뒤 그 누명을 벗기까지 과정을 그린 영화 ‘재심’에 나오는 이 대사는 오늘의 법 현실을 투영한다. 영화 같은 이야기가 실제 현실에서 이뤄졌고,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모델이 바로 ‘익산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다.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았던 이 사건 청구인인 최모씨가 옥살이 대가로 받은 8억원의 형사보상금 10%를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 내놓기로 했단다. 재심사건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를 통해서다. 최씨는 지난 2000년 택시기사 살해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뒤 사건 16년만인 지난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6월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또다른 ‘삼례 강도 치사사건’의 청구인 3명도 형사보상금 11억원 중 5%를 공익단체에 기부했다.
누명으로 청춘을 전부 옥살이로 보낸 이들의 삶은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 그런 보상금을 다른 억울한 피해자를 위해 선뜻 기탁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박 변호사는 두 사건 피해자들이 내놓은 보상금을 바탕으로 ‘선한 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억울한 피해자를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의 말처럼 국가도 하지 않는 일에 사건의 피해자들이 앞장섰다는 게 감동적이다.
공교롭게 도내에서 벌어진 두 건의 큰 범죄사건이 재심을 통해 연이어 무죄판결이 나오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적 보호문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건이 떠들썩할 때 반짝 이슈가 될 뿐 금세 잊힌다. 경제적 능력이 없고 자기 방어력이 약한 소시민들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하기만 하다. 두 사건 피해자의 선한 뜻이 ‘무고한 피해자의 기본권’을 지키는 데 씨앗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