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타당성 조사 기준 완화, 전북엔 '약보다 독'

기재부, SOC사업에 1000억 이상으로 추진 / 道 책정 사업비 높아 적용 받기 어려울 듯

정부가 도로나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기준을 완화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오히려 전북도는 향후 SOC사업 추진에 독(毒)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가 애초 책정한 SOC사업비가 높기 때문에 정부가 기준을 완화한다고 해도 적용 받기 힘들고, SOC관련 예산의 대거 확보를 노리는 지자체 간 과당경쟁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1일 SOC사업에 한해 예타 조사 실시 기준 사업비용을 상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7일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기준인 ‘총 사업비 500억 원 이상’에서 1000억 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며 “현재 국회에서 예타와 관련한 법안이 3건 정도 발의됐는 데 이에 의거해서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타 조사는 그간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 의해 실시됐다.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총782건 가운에 509건(65%)만 예타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국비를 통한 현안사업해결이 절실한 지자체에서는 불만이 많았다.

 

사업 진행을 위한 본경기의 ‘예선전’에 해당하는 예타에서 탈락해 사업자체를 착수조차 할 수 없는 데에 대한 불만이다. 전북도 역시 예타에서 탈락해 사업 시작도 해보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이와 관련 전북도는 정부의 예타 기준 완화 방침이 향후 도내 SOC사업을 위한 국비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에 따르면 향후 전북이 SOC와 관련해 확보해야 할 각각의 사업예산은 최소 2000억 원 이상 3조 이하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 전북 SOC 사업 예산이 1000억원을 상회하는 바람에 예타 기준이 1000억 이상으로 완화된다고 해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전북이 진행해야 할 500억~1000억 원 사이 SOC 사업은 2건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지자체 간 SOC관련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한 과당 경쟁이 빚어져 오히려 도세가 약한 전북이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워 질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내 한 전문가는 “전국 시·군 등 여러 자치단체에서 예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소규모 사업을 대거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전북 SOC사업에 약(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도로 부분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클 수도 있다”며 “예타과정에서 경제성을 따질 때 주로 교통량으로 따지는 데, 전국기준으로 봤을 때 도내 도로들은 이동량이 적어 경제성이 적다고 나와 항상 불리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1000억 원 이하의 사업에서 이런 기준을 완화하면 도내 자치단체에서 요구하는 도로 신설과 확장, 급커브·급경사 도로의 시설개량 등에 대한 국비확보가 원활하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