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사드' 유감

미국은 동맹국이지만 중국 또한 가까운 이웃 / 과거사 되풀이 말아야

▲ 정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북한과 미국이 연일 거친 ‘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실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수천 명이 죽어도 상관없다’,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북한이 괌 포위사격 예고로 대응하면서 미국은 전쟁의 공포감에 휩싸였다.

 

진주만 기습 외에 단 한 번도 외국의 침략을 받지 않았던 미국으로서는 당혹스럽고, 초강대국으로서의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외교 및 안보 협상은 상대방의 패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북한과 미국의 강공전은 대화와 평화협정으로 가기 이전의 ‘블러핑(속임수에 허세부리기)’ 이다. 쌍방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선제공격은 공멸을 의미한다. 90년대 ‘고난의 행군’시절을 겪으면서 4%의 경제 성장을 한 북한에게 유엔안보리의 무역제재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한다. 북한은 핵무장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통하여 자국의 안보를 보장받으려 한다. 미국 또한 군사적 긴장감을 통하여 한국과 일본에게 안보 비용을 부담시키고 군사무기를 판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최근 한반도의 안보 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한 강공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한국은 세계에서 미군주둔비용을 가장 많이 부담(간접지원 포함하여 70%)하고, 미국무기를 가장 많이 구매하고(2006년 이후 36조 360억원), 세계 최첨단의 평택미군기지(450만평 9조원)를 무상으로 제공하였다. 한발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주둔비용을 인상하고, 사드비용을 부담하고 한미 FTA를 다시 하자고 한다. 무엇보다 ‘미국본토만 안전하면 한반도에서 수천 명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발언은 동맹국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문제는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이다. 이명박근혜 정부가 대북교류를 전면중단하고 개성공단마저 폐쇄하여 북한에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하여 외교 입지를 마련하고자 하였던 노력이 무시당하였다. 우리의 빅브라더인 미국의 안보 압력은 물론이고, 해외교역의 32%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 압력도 현실적으로 무시하기 힘들다. 한국은 아예 그림자 취급하고 미국만 상대하는 북한 또한 감당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국내 보수 세력을 의식한 ‘사드추가 배치’라는 강공책을 들고 나와 중국으로부터 다시 멀어지게 되었다.

 

당초 문재인 정부를 반기면서 한·중수교 25주년을 공동으로 기획하였던 중국은 별도로 개최하겠다고 통보하였다. 성주 군민들은 물론이고, 사드반대를 주장하였던 상당수 국민들도 문재인 정부를 의심하고 있다. 미국의 힘이 세다고 하여, 북한이 우리의 대화제의에 응하지 않는다고 환경영향평가와 국민들의 동의를 얻지 않은 ‘사드추가배치’가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촛불혁명을 성공시킨 우리의 국민들이다. 힘이 없을수록 강대국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고, 북한에게도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의하여 무너뜨린 신뢰를 회복하여야 한다.

 

임진왜란 때 우리를 도와주었다는 것을 명분으로 새로운 강자인 후금을 무시하고 명나라에 기대어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치욕’을 겪었던 과거 역사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 미국은 중요한 동맹이지만, 중국 또한 우리를 먹여 살리는 가까운 이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