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세계스카우트총회장 뜨거웠던 열기] "한국의 새만금 아닌 세계의 새만금 됐다"

긴장 안보인 송지사…쉬는시간엔 제기차기까지 / 투표 끝낸 중남미 회원 "샴페인 준비하라" 언질도 / 전자시스템 고장 공지없이 주먹구구식 운영 눈살 /

▲ 16일 오후(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 콘그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1차 세계스카우트총회에서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개최국 투표결과 경쟁국인 폴란드를 제치고 대한민국 전라북도 새만금으로 확정되자 송하진 지사와 황현 도의장를 비롯한 유치단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전북도

△ ‘쉬는 시간’, 이미 게임은 끝났다

 

지난 1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 콘그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1회 세계스카우트 총회에서 전북유치단은 ‘2교시 쉬는 시간(?)’에 사실상의 승전보를 전달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총회에서는 두 번의 쉬는 시간이 있었다. 첫 번째 휴식은 마카오의 세계스카우트 정회원 가입 투표가 끝난 뒤, 그리고 두 번째 휴식시간은 세계잼버리 개최지 결정을 위한 투표가 끝난 후였다.

 

두 번째 휴식시간에 송하진 지사를 비롯한 전북유치단은 홍보관으로 돌아가 각자의 시간을 갖고 있었는데, 투표에 참여했던 중남미 스카우트연맹 회원 6명이 홍보관으로 들어와 전북스카우트연맹 관계자 몇 몇에게 “샴페인을 준비하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이들의 말은 홍보관에 조용히 퍼졌는데, 결과는 중남미 회원들의 말대로 전북의 압승이었다. ‘2교시 쉬는 시간’, 이미 게임은 끝났던 것이었다

 

△ ‘송 지사, 결과 이미 알고 있었나?’

 

송하진 지사가 세계스카우트 총회 개최지 투표 이전과 중간 쉬는 시간에 보인 행동을 두고 현지에서는 설왕설래가 오갔다.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 여유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세계스카우트 총회 시작 30분 전 송 지사는 전북홍보관에서 자신의 장기인 붓글씨를 썼다. 그는 ‘승리다 새만금!’, ‘잼버리 새만금’ 등 잼버리의 새만금 개최를 염원하는 글을 썼다. 송 지사는 “긴장감을 날리기 위해 붓글씨를 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보인 행동에서 긴장감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붓글씨를 쓰고 있는 와중에 외국인들이 찾아오자, 직접 그들의 이름을 붓글씨로 써줬다. 기념촬영도 빼놓지 않았다.

 

송현숙 전북도 국제협력지원과장은 “폴란드 유치단이 입장하고 있다. 지사님도 빨리 들어오셔야 한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송 지사는 총회 중간 쉬는 시간에는 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박경미 국회의원, 전북 스카우트연맹 회원들과 원을 이룬 뒤 제기차기를 즐기며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잔뜩 긴장하고 있는 전북도 공무원들과는 완전 상반된 모습이었다. 일각에서는 “송 지사가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에대해 한민희 전북도 공보관은 “도지사 선거, 무주 세계태권도 선수권대회 등 워낙 큰 이벤트를 많이 치러보셨기 때문에, 큰 일을 앞두고 오히려 의연하게 대처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최지 발표시간 지연

 

이날 세계스카우 연맹이 총회를 운영하는 방식은 발 그대로 주먹구구식이었다. 전자투표 시스템이 오전부터 고장 나 이날 실시될 모든 투표가 수작업으로 진행돼야 하는 상황에서도, 각국 스카우트연맹 측에 이런 문제를 일찍 공지하지 않았다. 모든 스케줄이 예정보다 1시간 이상 지연되자, 고국에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초초하게 기다리던 전북도 공보팀에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심지어 총회 중간 갑자기 일정이 나눠져 있던 ‘세계잼버리 개최지 투표’와 ‘세계연맹 이사 선출 투표’를 같이 실시한다는 방침이 발표되자 시간이 더욱 지연되는 것 아니냐며 장탄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정이 지연된 가운데서도 전북이 유치에 성공하자 탄식이 환호로 바뀌었다.

 

△ ‘조심 그리고 또 조심’

 

전북유치단은 2023 세계 잼버리대회 개최지 결정을 위한 투표를 앞두고 ‘조심, 그리고 또 조심’ 하는 분위기였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총회를 앞두고 회의장내 카메라 촬영 금지, 국기 꺼내기 금지 등의 금지사항을 통보한데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규정을 어길 경우 투표 결과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사진을 찍어 한국에 동향을 전송할 때도 “세계스카우트연맹 측에 우리 동향이 보고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릴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특히 새만금이 개최지로 결정될 경우 펼치려했던 태극기를 준비할 때는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전북도 관계자들이 암암리에 태극기를 총회장에 갖다놓던 중 외부로 깃발이 보이자 격하게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권혁 세계잼버리 실무추진단 위원은 “절대 외부에 보이면 안 된다”며 주의를 촉구했고, 이원택 전 전북도 대외협력국장은 “마지막까지 일을 그르칠만한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따끔한 주의를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