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전랑은 조선시대 관리들의 인사권을 담당하던 이조(吏曹)의 정랑(正郞)과 좌랑(佐郞)을 통칭하는데 정 5품에 해당되는 그리 높은 직위는 아니었다.
하지만, 삼사의 인사권을 한 손에 쥐고 있는지라 재상이나 판서 등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고, 전임자가 후임자를 추천하면 공의(公議)에 부쳐서 선출했다고 한다.
조선 선조때 붕당의 발단이 김효원과 심의겸 두사람간에 이조전랑직을 둘러싼 논쟁에서 비롯됐다고 하니 가히 이조전랑의 위상을 알만하다.
당시 김효원의 집이 서울의 동쪽인 낙산(駱山·동대문시장 부근)에 있었고, 심의겸의 집이 서울의 서쪽인 정릉(貞陵·지금의 정동)에 있다 하여 동인과 서인이란 명칭이 여기에서 유래했다.
그로부터 400여 년이 지났으나 요즘에도 관가에서는 이조전랑처럼 특별한 요직이 종종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예를들면, 행정안전부 교부세과장의 경우 일개 과장에 불과하지만 국회의원들이 너나없이 더 많은 예산을 따내기 위해 로비를 할만큼 요직으로 꼽힌다. 도내에서는 송하진 지사, 이승우 군장대총장, 최병관 도 기획실장 등 단 3명만이 이 자리를 거쳤다.
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 장·차관, 국정원이나 군 주요 보직, 여권의 핵심 인사들이 수없이 많지만 요즘 정부 부처중에서 이조전랑처럼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자리가 있으니 바로 기재부 예산실장, 행안부 조직실장, 인사혁신처 차장(인사실장) 등 3명의 실장을 말한다.
전북 출신으로서 그동안 인사실장이나 예산실장을 지낸 경우가 없었다. 요즘 기재부 예산실을 보면 국장은 커녕, 과장급 한명도 없는 상황이니 앞으로도 상당기간 예산실장은 꿈도꾸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그런데 요직인 행정안전부 조직실장을 최근 수년간 전북 출신 인사가 잇따라 맡게돼 관가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김상인, 심덕섭에 이어 전북 출신으로는 김일재 전북도 행정부지사가 바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들은 “지역에서 보면 높은것 같아도 시도 부단체장을 하다가 중앙부처 실장으로 옮기는 것만 해도 매우 어려운 일인데, 김 부지사의 경우 핵심 실장을 맡는 행운이 주어졌다”며 전임자들이 모두 차관급으로 승진한 요직중의 요직이라고 귀띔했다.
더욱이 이번엔 이조전랑 같은 자리를 둘러싼 찬반논쟁 조차 없었다니 퍽 다행이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