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 여파 '동물복지농장' 판로 확보 비상

높은 투자비용에 가격 비싸 이중고 겪어 / 정부지원 확대·소비자 인식 개선 필요성

살충제 계란으로 소비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심지어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 가운데 상당수가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곳이어서 ‘친환경 인증의 배신’이라는 비난까지 나온다.

 

살충제 검사에서 23일 현재까지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산란계 농가는 전국에 52곳으로, 이 중 31곳이 친환경 인증 농가다. 게다가 기준치에는 미달하지만 살충제가 검출된 친환경 농가도 63곳이나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밀집 사육 방식 대신 닭을 풀어서 키우는 동물복지 사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유기축산물농장’과 ‘동물복지농장’이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는 소비자가 적고, 높은 가격으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동물복지 농장 인증을 받아도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정부 차원의 지원과 함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서는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소비자의 인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축산농장 인증정보에 따르면 전국의 산란계 ‘동물복지농장’은 92곳으로 전북에는 11곳이 있다. 전국 산란계 농가 1150여 곳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유기축산물 마크 인증을 받은 곳은 더 적다. 유기축산물 인증 산란계 농장은 전국 15곳에 그치고, 전북은 한 군데도 없다.

 

유기축산물 마크 인증을 받으려면 항생제나 성장호르몬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농약·화학비료 없이 재배한 사료를 먹여야 한다. 동물복지농장도 사육밀도가 바닥면적 1㎡ 당 성계 9마리 이하여야 하고, 산란계 7마리 당 1개 이상의 개별 산란장이나 산란장소가 있어야 하는 등 기준이 까다롭다.

 

계란 전수조사결과 이들 농장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안전한 계란이라는 믿음을 얻었지만 판로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격이 일반 농가의 최소 2∼3배 이상이다.

 

소비자들은 가격 부담으로 동물복지농장 등에서 생산된 계란을 쉽게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

 

주부 조정현 씨(전주 금암동)는 “이번 계란 파동으로 동물복지농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가격이 비싸 망설였다”고 말했다.

 

동물복지농장주들은 지원 확대를 바라고 있다.

 

자유 방목형 동물복지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제철 김제 행복농장 대표는 “닭을 건강하게 키워야 건강한 계란이 나온다는 생각으로 복지농장을 운영 중이다. 정부의 지원이 없어도 소비자들이 건강한 계란이라는 것을 알아준다면 보람있게 운영할 수 있을 텐데 아직 많이 몰라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정부에서 계란 정보에 대해 소비자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품질관리나 점검도 제대로 이뤄진다면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 유럽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육환경표시제도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시행된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동물복지 인증 계란에 대한 시장 형성 자체가 소수로 이뤄져 있다. 경제적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판매경로가 한정돼 어려워 보인다. 인센티브 등 지원제도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22일 정부는 케이지사육 또는 평사사육 등 사육환경을 난각 또는 포장에 표시하는 ‘사육환경 표시제’를 내년부터 도입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