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호미로 45일간 땅굴 파 기름 훔쳐낸 일당 4명 덜미

40m 뚫어 37만 ℓ빼내 / 시가 4억8000만원 상당

▲ 기름을 훔치기 위해 뚫은 땅굴 내부.

사진제공=익산경찰서

40m에 달하는 땅굴을 호미와 삽으로 파 송유관에 도달한 뒤 기름을 훔친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23일 익산경찰서 지능팀에 따르면 지난 3월 충북 옥천군의 한 허름한 건설장비 보관 창고로 삽과 호미, 곡괭이를 든 이모 씨(50) 등 4명의 남성이 조용히 모였다. 과거 주유소를 운영하기도 했고 일용직 노동을 하기도 했지만 창고에 모일 당시 이들은 모두 직업이 없었다.

 

이들 중 한명이 “창고 인근에 송유관이 매설돼 있다”는 정보를 들었고 믿을 수 있는 4명을 모았다.

 

땅굴 파기에 매진한 이들은 처음에는 드릴로 땅을 파기도 했지만, 소리가 너무 큰 탓에 나중에는 호미와 삽 등으로만 땅굴을 팠다.

 

이렇게 45일을 매달린 이들이 판 땅굴은 깊이 4m, 길이는 40m에 달했고 종착지는 송유관이었다. 땅속에서 송유관을 발견한 이들은 곧바로 고무호스를 연결해 기름을 뽑아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빼내면 범행이 발각될까 두려워 하루에 1~2만ℓ의 기름만 가져가기로 제한했고 50여 일동안 조금씩 빼낸 기름만 37만ℓ, 시가로 4억8000만 원에 달했다.

 

게다가 이들은 땅굴 주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렌터카를 이용해 주변에서 망을 보는 등 불시 단속에 대비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들의 은밀한 거래는 범행을 눈치챈 경찰에 의해 한 달도 안 돼 탄로 났다.

 

경찰은 이들이 훔친 기름이 익산 시내 주유소에 흘러 들어간 사실을 확인, 이들을 붙잡아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2명을 구속하고 범행을 가담 정도가 적은 2명과 훔친 기름을 넘겨받아 판매한 주유소 업주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송유관 절도는 중장비를 이용해 땅을 파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은 한 달 넘게 손으로 땅을 팠다”며 “대한송유관공사에 이 사실을 통보하고 또 다른 절도 현장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