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전주종합경기장

민선단체장들은 재선하기 위해 임기동안 업적 쌓기에 몰두한다. 아무리 전임자가 좋은 프로젝트를 갖고 올바르게 추진했어도 자기한테 공이 안돌아올 것 같으면 다른 명분을 내세워 취소하거나 개발방식을 바꾼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전주종합경기장 개발건이다. 강현욱 지사가 2005년 전주에 대형호텔이 없고 대규모 국내외 회의를 유치할 컨벤션센터가 없어 문제가 있다고 판단, 전주시와 협의해서 전주종합경기장을 컨벤션복합시설로 개발키로 하고 도유재산이었던 전주종합경기장을 김완주 전주시장한테 무상으로 양여했다. 김 시장은 대체체육시설을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짓기로 하는 등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에 신경을 썼다. 2006년에 김시장이 도지사가 되고 송하진 시장이 취임하면서 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송시장은 시 재정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롯데쇼핑으로 하여금 대체체육시설을 조성하고 컨벤션센터와 호텔 그리고 쇼핑센터를 짓도록 했다.

 

그러나 2014년 김승수 시장이 취임하면서 사단이 났다. 김 시장은 취임 1년이 지난 2015년 7월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임 송시장이 추진하던 방식을 백지화시키고 대신 시 재정을 투입하여 전주종합경기장을 시민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완주 지사 밑에서 정무부지사로 있을 때 프로야구 10구단을 창단하려면 야구장을 서둘러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때와는 정반대의 논리를 편 것이다. 김시장은 지난 1963년 전국체전 개최를 위해 시민성금을 모아 만든 역사적 공간을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지 않고 자체 재원을 투입,뉴욕 센트럴 파크나 유럽광장처럼 사람과 생태 문화가 접목된 시민공원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김시장이 종합경기장 건설 계획을 전면적으로 바꿔 버린 것은 송 시장이 김완주 시장이 추진하려던 경전철사업을 백지화시킨데 대한 앙갚음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전주종합경기장 개발문제는 재정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시가 돈 들이지 않고 개발하는 쪽으로 가야 맞다. 연간 가용재원이 1300억원 정도 밖에 안된 전주시가 자체 재원으로 종합경기장을 건설한다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론일 뿐이다. 부여나 대전 등 대도시로 가서 쇼핑을 하는 판에 전주에 쇼핑물 들어서는 걸 막겠다는 것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밖에 안된다. 불과 시내에서 10분 정도만 나가면 모두가 자연공원인 판에 굳이 종합경기장을 시민공원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임기 1년도 안남은 김 시장이 자신의 뜻대로 전주종합경기장을 개발하는 것은 이미 물건너 갔다. 어렵게 확보한 국비 70억도 반납했다. 몽니를 부릴 것이 따로 있지 전임시장이 어렵게 성사시켜 놓은 민자유치건을 백지화시키면서 도와 전주시 관계만 냉각됐다. 시정은 쇼맨십 하나로 추진할 수 없다.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김 시장이 종합경기장 문제를 못 풀면 두고 두고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