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의 서곡 - 박기태

샘들이 있어 못 잊히는 곳

 

아니다

 

먕부석의 기다림에

 

그리운 곳이 아니다

 

내장산이 있어 못 잊히는 곳도 아니다

 

정읍

 

살구꽃 같은 사랑의 꿈길이

 

정읍천 물굽이를 핥고

 

손을 흔들다

 

그만 가슴앓이 하는

 

바람이 있어서이다

 

정읍

 

붉은 함성을 몰고 오다

 

입술 깨물어 떨어진 핏자국에

 

황토가 붉게 물들었구나

 

△어렸을 적 내가 기억하고 있는 정읍은 맑은 시냇물이 곳곳에서 흘렀다. 매일 소쿠리를 들고 물고기를 잡았다. 냇물은 내 고무신을 빼앗아 도망치기도 했다. 내장산에서 ‘단풍’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으며 사랑의 색도 느꼈다. 화자는 가슴앓이하는 바람이 있어 향수를 느끼나 보다.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는 황토빛 고향이 그립다. 이소애·시인